집밥을 자주 해 먹으려면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기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눈물 바람을 한번 뺀 후에, 육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6개월 즈음이 되면 또 하나의 태스크가 시작된다. 이유식이다.
요즘은 시판 이유식들을 많이 사용해 편해졌다지만, 나의 아기는 시판 이유식을 주면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반면 내가 대충 만들어낸 쌀죽이나 고구마 퓌레, 바나나 퓌레, 아보카도와 애호박 찜에는 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판 이유식을 먹이면 절반 정도를 먹다가 음식을 만지작 거리며 장난치는 것에만 열중하고, 숟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어봐도 뱉어냈다. 반면 내가 만들어 줄 때는 이미 한 그릇을 다 먹고도 더 먹겠다고 울기까지 하는 정도였다. 너무나 상반된 반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유식을 만들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이유식을 새로 만들기는 무리였다. 내가 보는 이유식 책인 삐뽀삐뽀 119 이유식에는 야채 등을 한꺼번에 쪄서 큐브로 얼려 일주일 정도를 먹여도 된다고 나와있었다. 그렇게 만든 냉동 큐브들을 잘 조합해서 일주일 정도를 해동해서 먹이라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본 적이 있는 방법이었다.
어떤 아기들은 이렇게 얼렸다가 해동한 것도 안 먹는 미식가 아기가 있다고도 들었다. 다행히 나의 아기는 시판 이유식은 거절했지만, 해동한 큐브를 거절할 정도의 미식가는 아니었다. 적당한 다행이었다.
그렇게 냉동 큐브 이유식을 만들어 놓으니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이유식 만들기도 꽤 편안해졌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만 찜기를 꺼내 각종 야채와 소고기를 찌고 하루는 그것으로 먹이고, 나머지는 큐브틀에 넣고 얼린다. 이후 일주일은 큐브들을 조합하며 먹이면 된다.
정육각의 예쁜 큐브들을 볼 때면 만드는 만족감도 크다. 큐브를 만드는 뿌듯함으로 인해 종종 심심할 때면 ‘큐브나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원리 그대로, 어른의 밥에도 적용된다. 집밥을 자주 먹으려면 어른 밥 냉동 큐브들이 풍성해야 한다.
사실 어른 밥도 그때그때 한 것이 가장 맛있지만, 몇몇 음식들은 냉동을 해놓고 소분해 둔 다음, 프라이팬에 해동해 먹으면 방금 한 것과 큰 차이가 안 날 정도다.
그래서 나는 항상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갈비 등을 할 때는 양껏 해두고, 지퍼백에 1-2인분씩 소분해 얼려둔다. 친정 엄마에게 반찬을 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이렇게 ‘냉동 큐브’로서 적절한 것만 부탁을 한다.
살림 고수들은 각종 국들도 잘 담아 1-2분씩 냉동해 놓는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냉동실에 얼려둬야 할 것들이 있다. 파 썬 것, 레몬 썬 것 등 각종 다진 야채들이다.
파 썰어서 얼려둔 것은 정말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고, 레몬 잘라서 얼려둔 것은 저녁 육퇴 후 한 잔씩 먹는 하이볼에 넣으면 편리하다.
요새는 슈퍼에 가도 다진 야채들을 큐브에 넣어서 파니 그런 것들을 쟁여 놓아도 좋다.
아기의 밥이든 어른의 밥이든, 냉동고가 든든해야 차리기 편하다.
차리기가 편해야 집밥 먹기가 편하고, 밥 먹기가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 냉동 큐브를 열심히 쟁여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