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해봤자'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할 것
1일 1 포스팅, 1일 1 글...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세우는 목표다. 순수하게(?)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든, 글쓰기를 통해 돈을 벌고 싶든, 책을 내보고 싶든 어쨌든 꾸준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이 글쓰기가 아닌 이상 글을 꾸준하게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자로서, 기사를 써야만 퇴근을 할 수 있고 월급을 받을 수 있을 때는 기사를 매일 1~3개씩 썼다.
써도 당장 돈이 안 나오는 글은 꾸준히 쓰기가 어렵다. 글쓰기 외에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돈 나오는 일'이 아닐 때, 그럼에도 꾸준히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우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개근 거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개근을 하면 거지 같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5404
쓰지 않는 것이 좋은 말이지만,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이러한 단어가 확산되는 심리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학창 시절 개근상을 받았을 때 정말 순수하게 기뻤나 생각해 보면 된다. (순수하게 기뻐했다면 정말 인성이 꼬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개근상은 인기상이나 학업우수상보다 무언가 좋지 못한 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개근상을 받으면 '꾸준한 게 최고야'같은 부연 설명이 들어간다. 학업우수상이나 인기상에는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사실 많은 이들은 꾸준하고 성실한 것보다 놀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길 꿈꾼다. 어른이 되어서도 '일 조금 하고 돈 많이 버세요' 같은 말이 최고의 덕담으로 유행하지 않나.
성실하고 꾸준한 것은 어쩐지 쿨 해 보이지 않은 심리가 있다. 아이들 역시 꾸준하고 성실한 것은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겠지.
쉽게 말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브런치 글쓰기를 예로 들자면 '나는 매일 쓰는데 책을 쓰자는 제안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네. 어떤 책은 정말 별 게 없던데 내 글은 그 정도도 못하는 거구나. 매일 써봤자 될까?' 같은 흐름이다.
결국 무언갈 꾸준히 성실히 하려면 이러한 자존심을 내려놓는 게 먼저다.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도 이러한 관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작가가 소위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이뤘는지 단계별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이 '자의식 해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5216341
꽤 많은 불행과 가난이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의식은 인간을 크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면서, 인생을 불행과 가난으로 떨어뜨리는 아주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린 시절 무척 똑똑해 좋은 대학을 갔더라도, 책을 수백 권 읽었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의식에 갇혀 답답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경우다. 그들은 타고난 재능을 더 키우지 못하고 퇴화해버리곤 한다.
주변에서 뭐라고들 할 때마다 대답할 변명거리도 늘 준비되어 있다. 부모가, 시대가, 적성이, 취향이, 건강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모두가 아는 진짜 원인을, 본인은 한사코 외면하고 만다.
(자청, 역행자 82p)
이 책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리고, 가난에 대한 단편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맞는말이지만, 나는 이 부분 때문이라도 이 책이 유용하고 솔직하다고 느꼈다.
나 역시 살면서 내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사랑하는 것에 쿨하려고 하는 나의 에고라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 꾸준하게 하기 어려울 때, 그 이유가 나의 자존심 때문임을 알아차리고 그런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매일 쓰는 것을 확인하는 일도 도움이 된다. 나는 정지우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데 그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매일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마다 '이 작가도 매일 쓰는데' 같은 생각을 한다. 정지우 작가뿐 아니라 '1일 1 글'로 빵 터진 이슬아 작가의 초기 작업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원래 공부도 가장 잘하는 학생이 가장 늦게까지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