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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n 17. 2023

'그림 나오는' 글 쓰는 법

일명 주객전도(?) 글쓰기

"그림 되네."

언론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보통 기자가 기사가 될 아이템을 골라 데스크에 보고를 하고 그 아이템이 쓸만한 것일 때 나온다.  


꼭 방송사에서만 '그림이 되는' 기사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종이 신문사라고 하더라도 요즘은 모두 포털에 기사를 송고한다. 포털 기사에는 제목과 함께 '썸네일'이 올라간다. 독자들이 기사를 클릭하기 전에 보이는 것은 제목과 썸네일밖에 없으므로, 제목과 썸네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목과 썸네일로 '어그로'를 끌라는 말이 아니다. 글 내용과 잘 어울리고 핵심을 제대로 짚은 제목의 중요성과, 한눈에 글을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글과 어울리지 않고 낚시를 하는 제목이나 자극적인 썸네일은 다른 문제다.


 글을 쓴 이유가 자신만의 만족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면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도 글쓴이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사 쓰기와는 물론 다른 결이지만 에세이 역시 썸네일이 중요하다. 특히 브런치 글쓰기의 경우, 다음 포털에 노출이 되어야 의미 있는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포털이나 구글 퀵서치 등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는 보통 조회수는 100 이하를 머무른다. 그러나 포털에 올라갔을 경우 조회수는 수천 건을 넘어 수만 건까지 올라간다.


구글 퀵서치에 올라간 나의 브런치글. (왼쪽) 포털에 노출이 되면 조회수는 급등한다.(오른쪽)


좋은 썸네일로 많은 이들에게 내 글을 노출하고, '낚시'가 아니라 글과 제대로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는 팁이 있다. 이 방법은 '그림이 되는' 글쓰기를 할 때 유용한 방법이며, 에세이 소재를 찾을 때도 유용하다.

 



글 보다 먼저 사진을 고르는 방법이다. 많은 경우 나 역시 글을 먼저 다 쓰고 썸네일이 될 사진을 고른다. 그러나 종종 어떠한 사진이 마음에 들어, 그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가지고 글을 쓴다. 그럴 때면 사진과 잘 어울리는 글이 탄생하고, 썸네일이 글과 '찰떡'이기에 포털에 노출되는 가능성도 높아지는 글이 된다.  


요즘 '1일 1 글'을 도전하는 이들도 많은데, 사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소재거리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도 이 방법은 좋은 글감을 제공한다.


우선 사진첩을 죽 둘러보고, 눈에 띄는 사진을 고른다.


특정한 사진이 눈에 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의 생각은 거의 다 비슷해서, 내 눈에 띄는 것은 곧 다른 사람의 눈에도 띈다.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을 일단 글의 썸네일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나 사진과 관련된 주제의 글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 사진- 즉 썸네일-과 아주 잘 어울리는 글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일단 사진첩을 보면서 예쁜 음식 사진이나 좋아하는 짤을 브런치 글쓰기 서랍에 올려둔다. 내용은 없어도.


사진을 먼저 고르고 글을 쓰기.


이것이 가능하려면 일단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간판을 봤을 때, 친구들과 음식점에 가서 음식이 나왔을 때, 산책을 하다가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을 봤을 때,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났을 때,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짤을 봤을 때 등등.


사진 찍기가 조금 민망하거나 귀찮은 순간이더라도 무조건 찍어야 한다. 유튜브를 보면서도 인상 깊은 내용이 나오면 무조건 캡처를 해둔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 해당 사진이 왜 내 눈에 들어왔는지, 어떠한 감정 때문에 굳이 사진을 찍고 싶어 졌는지 생각해 보면 글 한편이 나올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이 글쓰기 방법은 '주객전도'법 정도로 이름 지을 수 있겠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먼저 고르는 방법이니.


주객전도 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내 시선을 빼앗긴 '그림'을 먼저 배치하고 그 뒤로 글을 붙이는, 직감적 글쓰기라고 포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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