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돈 벌기가 힘든 이유
대체로 글을 오래 쓰는 사람은 ‘나 자신을 지키는 것’ - 즉 신념 같은 것 - 을 절대로 놓아선 안된다고 한다. 아주 강한 신념을 지키라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신의 선을 지키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꾸준히 쓰려면 유행에 편승하는 글이 아닌 자신만의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근데 그러려면 자신의 에고가 강해야 한다.
최근 읽기를 마친 임경선의 신작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에서도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가장 본질적인 지점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핵심은 지켜내면서도 확장할 수 있는 부분에서 확장을 시도해 보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변화를 도모하느라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잘 지켜내지 못하면 그게 거꾸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게 될 것 같다.
꼭 이 글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본질을 잃지 말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예로부터 선비정신이란 대쪽 같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긴 하다.
반대로 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 자신을 먼저 놓아야 한다’ 고 강조한다. 자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유연성’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베스트셀러인 자청의 '역행자'에서도 부자가 되는 첫 번째 길을 '자의식 해체'라고 한다. 보통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고집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돈이나 부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부자=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난 돈을 벌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름 공감하는 대목이었다.
어제는 김승호의 '사장학 개론'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가장 맨 앞에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책 서문도 아니고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저자의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자는 세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움을 청하고, 질문을 하고, 견해를 바꾸는 일이다.
사장이 되는 것=부자가 되는 길은 아니지만, 큰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하니 비슷한 이야기로 생각해 봤다. 여하튼 이렇게 돈이나 사업으로 유명해지고, 그것과 관련한 견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유연성'이다.
이런 상반된 속성 때문에 글이란 것은 돈과 같이 갈 수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과 나를 버리고 견해를 바꾸는 일.
그래서 난 글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는 꼭 챙겨 읽는다. 어떻게 글을 써서 돈을 벌었지? 하면서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가 베스트셀러를 항상 챙겨보는 이유다.
완전한 정답은 없겠지만 자신을 잃지 않기와 유연성 그 중간 어디선가 잘 절충하는 것이 그나마 잘 팔리는 글이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에는 글을 써서 돈을 번 사람보다, 돈을 번 후 글을 쓰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
돈을 번 후 그 노하우를 글로 쓰고, 이미 돈을 벌고 유명한 사람이기에 그 글도 잘 팔린다. 돈이 돈을 불러오는 것이다. 요즈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경우는 10~20년 전 이미 유명해진 작가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