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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l 10. 2023

맨 앞줄의 힘

모두가 기피하는 곳이 명당

나는 집중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집중력 부족은 대부분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긴 하다. 내 경우 하나의 일을 쪼개서 15분씩만 하기와 수업이나 강연을 들을 때 맨 앞줄에 앉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물론 이 두 가지 실천법이 엄청난 집중력 향상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집중력 때문에 일상에서 문제를 겪는 일은 없이 살아간다.


하나의 일을 15분 동안만 하는 일은 그다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냥 다른 종류의 일들을 15분씩 돌아가면서 하다 보면, 하루 종일 해야 할 것 같았던 일들을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다른 종류의 일이 '휴식'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전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여러 종류의 일을 쳐낼 수 있다.  


강연이나 수업 듣기 등 내 마음대로 15분에 한 번씩 끊을 수 없는 활동을 할 때는?

최대한 맨 앞줄에 앉으려고 한다. 이는 내가 강제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에게 이 방법이 맞다는 걸 알게 된 경로는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가장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지각이다. 살면서 결석한 적은 매우 드물지만 지각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긍정충(?)의 관점에서, 지각을 했기에 알 수 있었던 깨달음도 있다. (물론 지각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일로, 하지 않아야 한다)


@gettyimagesbank.


대학 시절에도 나는 자주 지각했다. 헐레벌떡 교실에 들어가려고 할 때, 뒷문으로 슬금슬금 들어가고 싶었지만 보통 뒷문은 잠겨있다. 뒷문이 열려있다면 조용히 맨 뒷좌석에 앉을 수 있고 그러면 내가 늦어도 남들에게 큰 피해는 끼치지 않는다.  또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대충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대학이나 학원 강의실 뒷문은 잠겨있다. 그래서 지각을 하면 보통 선생님이 서있는 바로 옆에 위치한 앞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맨 앞에 앉아야 한다. 내가 지각을 했다는 사실을 선생님과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들에게 공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은 끔찍하다.


나는 꽤 소심한 사람이기에, 지각을 하지 않는 날에는 맨 앞에 앉는 경우가 없었다. 교실에 빨리 도착하면 재빨리 가장 눈에 안 띄는 사각자리를 찾아 앉곤 했다. 그러나 지각을 자주 하는 바람에 종종 맨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주 2-3회 듣는 요가수업에도 항상 일찍 가 기다리지 않고 정각에 맞춰가기에 맨 앞줄에 서는 경우가 많다.


@pixabay.




그런데 맨 앞줄에 앉으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이 잘된다. 내가 지각을 했다는 것을 까먹고 금방 수업에 몰입한다.


우선 맨 앞에 앉으면 선생님과 나만 보인다. 내 뒤 수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대놓고 앞에 있으니 딴짓하기가 힘들고 수업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뒤에 앉았다면 할 수 없을 질문들도 해댄다. 마치 1:1 강의와 같이 느껴진다.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에는 선생님과 잡담도 나눌 수 있다.


모두가 맨 앞줄을 피하는 이유들 때문에 결국 맨 나중에 온 자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종종 모두가 기피하는 바로 그곳이 명당일 때가 있다.


물론 수업이 끝나고 나서 '지각했는데도 나댄 나'에 대한 머쓱함이 몰려오곤 한다.  


맨 앞줄에 앉거나 서는 것처럼 수업의 효과를 100% 누리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경험을 몇 번 해본 이후, 내가 좋아하는 수업이라면 무조건 맨 앞에 앉았다.


이제는 요가를 할 때도 웬만하면 맨 앞줄에 서려고 한다. 맨뒤에 섰다가는 수강생 모두가 나보다 잘하는 상황에서 기만 죽을 뿐이다. 그리고 사각지대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괜히 몸도 덜 쓰게 된다.




얼마 전 친구가 추천해 준 육아서를 읽다가 이 같은 내용이 나와 큰 공감을 했다.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여행 육아'로 정리할 수 있으며 역마살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다 읽은 육아서 리뷰도 차차 해보려고 한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636601&start=pnaver_02


“어느 대학을 가든지, 앞쪽에 앉아서 눈을 빛내고 집중하는 아이들이 있어. 그리고 뒤쪽에 앉아서 자기가 왜 거기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간을 때우는 아이들이 있어. 대학이 어디든 맨 앞쪽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학업능력엔 별 차이가 없어.
리포트든 프로젝트든 결과물이 거의 비슷해. 처음에 나는 학교에 따라 능력차가 클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맨 앞줄의 아이들 덕분에 내가 지녔던 편견을 반성했지.”

어느 대학에 있든지 맨 앞줄에 앉아 눈을 빛내는 아이들, 자신이 왜 그 자리에서 그 공부를 하는지 잘 아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새 시대에 잘 먹고 잘 살 아이들입니다. 새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대학의 졸업장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자신이 아는 것을 활용해 내는 적극적인 태도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자진해서 맨 앞에 앉는 아이는 아니었기에 저 글에서 묘사하는 뛰어난 능력치는 갖지 못한 것 같지만, 지각 때문에 얻어걸린 경험으로 ‘맨 앞줄의 힘’을 느꼈기에 이 글에 공감할 수는 있었다.


이제는 지각을 하지 않고, 자진해서 맨 앞줄에 앉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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