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정혜윤
에세이 수업을 들을 때 나는 몰랐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관심이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에 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누구는 좋아하는 색과 관련된 에피소드, 누군가는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나는 사람의 변화 같은 것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나의 일했던 시간에 사람들과의 이야기 같은 것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다른 어떤 사람들을 만나 무엇을 느끼고 변화했는지를 쓰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문장이 너무 내 마음 같아서 메모지에 꾸역꾸역 다 집어넣었다. 좋은 것은 결국 우리 안에 다 있고, 맞아 왜 우리는 좋은 것을 내 안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서 찾아 헤매는 것일까.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참 좋은 것들이 많은데. 왜 내 것을 소중히, 아름답게 보아주지 못할까. 못났다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타인들은 존재하고. 그러니까 세상에 엉망진창이고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고 사람이 너무 무서운 세상임에도 사랑을 발견하는 건 결국 사람에게서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왈칵 눈물을 쏟게 하기도 하고 하고 아, 이런 게 진짜 사랑일지도 몰라라고 깨닫게 해주는 누군가의 마음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사랑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람은 귀하고 소중하다. 밑미 나몰라 애프터 파티 로비 전시를 위해서 내향인도 하는데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 김신지 작가님을 인터뷰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도 재미있었지만 정리하면서 밑줄을 그었던 문장들이 있었다.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좋다. 좋은 것을 나누는 것은 진짜 힘이 있구나. 이런 얘기를 사람들한테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미 리추얼을 하며 곳곳에 이런 반짝이는 이야기, 보석같이 아름다운 메이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널려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세상에 찌들고 헐어버린 사람들이 제 색깔을 찾는 이야기. 대단한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그냥 흔한 누군가, 메이트의 이야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게 사랑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먼지를 털고 잘 닦아 리본도 달고 예쁜 포장지를 입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결국 우리는 사람들 덕분에, 사람들 때문에 사랑하고 살아가니까.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들을 품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