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나다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사랑 이야기, 연애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을 좋아했다.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러브레터의 주인공처럼,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에 꼽으며 그들의 책들을 계속 찾아 읽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남들이 그렇게 재미있다던 유행하는 작가의 사랑이야기 소설이 너무 지루해졌고, 답답한 현실 때문인지 여행기, 에세이로 나의 독서 분야가 변화를 맞게 되고 (그 전엔 소설, 에세이, 여행기, 웹툰, 인문학서, 신앙서적 등등 그냥저냥 읽기의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뒤로 자기계발서만 추가가 되었을 뿐.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나지 못하고, 뜨금없이 한 달에 책 1번 구매하기(누군가가 매달 일정 금액으로 책을 사서 모으고, 퇴사 후 사두었던 책을 한참 읽으며 힐링했다는 말에 솔깃하여)를 하기도 했었으나 책은 어느새 나의 즐거움보다는 허세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한참이 지나서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책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그녀는 제인 오스틴의 책을 여러 번 읽었었다고 하였고, 누군가는 최근 관심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시선이 좋았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요새 읽을 책이 없으니 하나만 추천해달라 했을 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추천받았고 처음엔 "또 연애냐"라며 읽어나갔으나 감정선 위주의 단순 로맨스가 아닌 4명의 남녀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들 가운데 있기도 하고 그들밖에 있기도 한 시선으로 처음에는 조금 집중하기 어려웠으나 어느새 책장을 계속 넘기며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집중할 수 있는 책을 만나니 좋구나 하며 지내다가 회사 앞 건물 도서관에서 에밀 아자르의'자기 앞의 생'을 우연히 빌리게 되었다. 사서분은 책이 들어오고 내가 처음 빌려가는 것이라며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말을 건넸지만 사실 어떤 기대감도 없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표지인데, 유명했던 책인가? 하며 그다지 무거워보이지 않아 들고 나왔던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세계문학전집에 있을만한 오래된 이야기들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생각이 아니라 결심했다.
소설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허구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삶을 보고 상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캐릭터와 배경, 관계 모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관계가 있으며 갈등과 성장, 사랑과 믿음, 배신과 상처가 있음도 분명하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 혹은 알고 싶은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까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꼭꼭 씹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 속 누군가가 되어 다른 삶을 엿보고 살아보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