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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an 13. 2024

로망에서 현실로 가는 길?!(1)

독립서점 책방지기 알바 일지 #3

연말의 책방은 어떤 모습일까, 작은 책방이기에 큰 이벤트는 없다. 서점 안에 있는 나무와 책방 곳곳에 반짝이 전구가 책방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주며 연말 인사를 건낸다. 우리 책방은 노란 조명이 곳곳에 있고 사장님이 만드신 나무 책 진열대가 있어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책방에 있으면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스물스물 찾아온다. 오늘은 11시부터 책방에서 클래스가 있던 터라 조금은 느슨한 오픈이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클래스를 슬쩍 구경하며 자리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12시 30분 지난 주에 한 번 해봤다고 안 떨릴줄 알았는데 첫 손님이 오니 두근두근. 클래스가 끝나지 않아서 조금 불편한데 괜찮냐는 사장님의 안내에 흔쾌히 괜찮다하신 손님. 괜찮다하시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그럼요그럼요, 많이 찍어서 어딘가에 올려주시길 바라요라고 속으로 외쳤다. 책 한 권이 손님한테 찾아갔다.


클래스를 참여한 손님이 일기와 글쓰기 관련 책을 결제하시며 잠깐 식사를 하고 와서 책을 읽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편히 다녀오시라 안내를 은유 작가님의 책 좋다고 한 마디 얹어보았다. 활짝 웃으며 다행이라는 손님. 책 읽으시는데 커피를 내려드렸는데 나가는 길에 구매하려는 책이 재미있는지 물어보신다. 처음보는 책이지만 김혼비 작가님의 추천사가 있으니 재밌지 않을까요 라고 최선을 대답을 건내보았다. 책방 지기 이틀차에 손님과 스몰토크를 했다!!!! 생각보다 즐거운 기분에 역시 책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13시 25분 여자 두 분 천천히 둘러보시다가 사람에 대한 데려갔다. 앗, 이 책!!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있지만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이 책.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 


13시 42분 책 세 권을 구매하며 책을 읽고 가고 싶다고 하셔서 차를 준비해드렸다. 


13시 44분 잠깐 왔다간 손님


13시 49분 남자분과 여자분. 사실 들어올 때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책을 세 권이나 구매하는 것을 보고 반성. 커플이 다 그냥 둘러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것은 아니구나. 나의 편협한 시각에 반성.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14시 16분 제목에 공연이 들어간 책을 구입한 손님. 공연을 하고 싶은 손님일까, 공연에 관심이 많은 손님일까, 공연하는 사람이 궁금한 손님일까. 


14시 18분 스쳐 지나가는 남자분과 여자분. 14시 32분 잠시 둘러보던 세 분의 손님. 


15시 15분 문쪽에서 똑똑똑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보니 문이 안 열려서 똑똑을 하셨다고 한다. 책방 문은 밀고 당기는 문인데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아서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럴수도 있지!! 손님이 '책을 데리고 나갈 때는 문을 잘 열고 가셨으니 되었다. 


15시 27분 습관과 뇌에 관련한 책을 데려가신 두 분의 손님. 


유유 출판사를 좋아하는데, 역시나 말들 시리즈는 사람들에게 잘 찾아가는가보다 싶다. 오늘은 지난 번 책방 지기를 할 때보다 아는 책이 꽤 있어서 반가웠다. 


아, 오늘의 쫄보. 아직 결제 시스템에 익숙치 않은 2일차 출근 알바는 내가 손님의 책을 과제로 결제했는지 비과세로 결제했는지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연락했다. 착하신 우리 사장님은 어디에서 내가 오늘 손님 결제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지 알려주시며, 틀려도 괜찮다고 그저 조금 귀찮아질 뿐이라고 해주셨다. 흐엉, 그래도 사장님 이왕이면 귀찮게 안하고 싶은 크루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손님들이 책을 많이 데려가주셔서 생각보다 매출이 좋았다. 와우!!! 감사하게도 책방을 마무리하고 오늘의 보고를 하니 2주 연속 매출이 좋다고 잘 들어왔다는 크루 카톡방에서의 반가운 인사에 괜히 으쓱거리며 기분이 좋았다. 우리 크루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다들 말을 예쁘게하시는 걸까. 앞으로 민폐가 되지 않게 자리를 잘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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