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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an 20. 2024

로망에서 현실로 가는 길?!(2)

독립서점 책방지기 알바 일지 #4

책방 수도가 얼었다. 사장님의 간절함이 책방지기 카톡방에서 묻어 나온다. "오늘은 물이 나오나요?" 연속해서사장님이 아닌 책장지기들이 문을 여는 며칠 날씨가 정말 추워서 수도가 여전히 얼어있는 상태였다. 조금씩 날씨가 풀리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주부터 얼어있던 수도는 언제쯤 녹을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제발 수도야 녹았어라를 외치며 계단을 오르는데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어제 혹시 모르니 틀어두겠다던 세면대 수도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다. 화장실 세면대 물을 잠그고 변기통 물을 내렸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쪽은 아직인가 싶어 책방 문부터 열었다. 화장실 문에는 아직 사용금지가 붙어있는 상태. 

책방 문을 열었더니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책방 내 작은 싱크대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예!! 물나온다!!를 외치며 책방지기 단톡방에 수도가 녹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다들 이렇게 기뻐할 수가!!!!! 추운 겨울 중 하루인 오늘, 손님이 올까? 싶었는데 와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직장인들을 위해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는 날이다. 


15시 13분 '좋게 나쁘게'라는 책이 있는지 물어본 손님. 그 책을 꼭 사고 싶다기보다는 궁금하기도 하고 사려고 하는 책과 비교해서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다른 책을 사간 손님. 책을 구매하시고 보고 가신다고 하여 히비스커스 차를 드렸다. 


16시 43분 카드 세 장을 사서 가신 손님


17시 42분 여자 두 분이 와서 둘러보고 가심


18시 01분 만화책을 구입하면서 친구 선물로 포장을 요청했다. 재미있는지 물어봐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김혼비 작가님 추천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응원을?! 했다. 책 포장이 요청을 처음 받아와서 약간 당황했지만 얼렁뚱땅 열심히 해보았다.. 손님 또 오셔야 해요.. 다음엔 더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 


18시 29분 조용히 들어온 손님. 책방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갔다. 


18시 45분 책 세 권과 카드 세장을 구입하면서 뽑기를 해야 하는데 담아갈 봉투가 있는지 물어본 손님


두 번째 알바날까지는 그래도 손님이 꽤 있었는데 몇 안 되는 손님이 오는 것을 보며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책방이 손님을 쫓아다닐 수가 없으니 앉아서 기다리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 책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방의 현실을 보니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문득, 사장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마음 속으로 사장님에게 물었다. '제가.. 계속.. 알바.. 해도 되는 거죠?' 퇴근 알림을 하니 트라우마가 생기셨다는 사장님이 물 똑똑을 열어두고 마감해달라는 요청에 수도를 아주 조금 틀어두고 내일은 얼지말아달라고 수도에게 부탁을 해보았다. 


다행히도 다음 날 화장실 변기도 수도가 녹아서 물이 잘 내려간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몇 안 되는 손님들이 오시는데, 편히 이용하고 가셔야 다음에 또 오시지 않을까 하는 막내 책방지기의 바람을 날씨가 들어주었나 보다. 내년에는 책방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안녕, 책방아 내년에 다시 만나. 아직 조금 어색한데 내년에는 더 친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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