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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ul 19. 2024

리추얼은 나를 지켜주는 최소 단위에요

[인터뷰] 메이커 수은의 나를 돌보는 감정일기 리추얼 이야기

Interview by 소하 


Q. 수은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나를 돌보는 감정일기 쓰기’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을 하고 있고 어린이를 가르치는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어린이와 어린이 곁의 어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 곁에 좋은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어른들 안의 어린이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 리추얼도 그중에 하나에요. 아, 한 가지 더 소개를 하자면 밑미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활동한 밑미를 애정하는 메이트이기도해요.


Q. 밑미가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시군요! 밑미의 역사와 함께한 수은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요. 밑미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밑미가 시작했을 때에 광고를 보고 리추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롤리님의 ‘원데이 원드로잉’ 리추얼을 접하면서 밑미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어요. 

(밑미 초장기에는 비슷한 형태의 모임이 많지 않아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저는 나를 공부하는 모임이나 사람들과 모여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많이 참석해봐서 밑미의 방식이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주제가 자기계발 분야였어요. 자기계발이 아닌 밑미 리추얼은 분위기가 굉장히 생소했어요.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긴밀해지고 서로 연결되는 부분은 익숙했지만 복닥복닥하고 별일 아닌데 서로 박수하고 응원하고 우리는 이 행위가 너무 소중해하는 분위기가 생소했어요. 밑미는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죠.  


Q. ‘원데이 원드로잉' 리추얼은 얼마 동안 하셨어요? 

원데이 원드로잉은 세 달 들었어요. 처음 신청했을 즈음에는 일을 하지 않아 무기력할 때였어요. 제 인생에 성과가 없는 것 같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만 쫓아다니다가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떤 목적 없이도 나한테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어요. 증명해야 하는 것 말고 무용하지만 저한테는 좋은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리추얼을 하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는 리추얼을 하지 못하다가 2차 퇴사 후 밑미가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Q. 수은님에게는 밑미의 역사와 수은님의 일과 퇴사의 역사가 함께 진행되었던 기간이었네요. 2차 퇴사 후에는 어떤 리추얼을 하셨어요? 

1차 퇴사에 혼자 일했던 시간이 힘들었기에 2차 퇴사를 하면서는 미래에 부유하고 방황할 것 같은 저를 지지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때 예전에 밑미 리추얼을 하면서 좋았던 마음이 생각이 났고 해리님의 ‘좋아하는 일에 한 장면' 리추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 퇴사 때 힘들었던 건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혼자 계속 골몰하는 것도 그 의지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거예요. 계속 작아지고 유치원(직장)을 좀 더 꾸준히 다니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을 자꾸 갖게 되고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매일 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한테 집중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어딘가에 들어가고 싶어지고. 그런데 저는 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진짜 내가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봐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해리님의 리추얼에 들어갔는데 저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다들 일 실험 중이래요. 해리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이고 계속 일에 대해 실험을 하고 있고. 또 모두가 일에 진심이라 제가 일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이 유난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동료들이 생긴 기분도 들었어요.


Q. 밑미 리추얼에서 느낄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 안도감! 공감합니다. 해리님의 ‘내가 좋아하는 일의 한 장면 찾기' 리추얼을 하면서 스스로 느낀 변화가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내가 지금 이 상태여도 괜찮구나, 이 상태에서 나한테 많이 질문하고 모험을 해도 괜찮구나라고 느끼며 불안이 많이 낮춰지게 되었어요. 

불안이 줄어들면서 제 안의 답을 만나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내가 이래서 직장(유치원)를 나왔지, 이런 것들이 중요했지 등을 발견했고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메이트들이 봐주는 것도 좋았어요. 저는 유치원 교사들끼리 있으니까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은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데 다른 메이트들 눈에는 그게 좀 특별해 보였던 거예요. 이런 것처럼 제가 보지 못한 것을 사람들이 봐주며 저를 발견해 주는 거예요. 점점 일하는 제가 선명해지는 느낌이었어요.


Q. 일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은님이 정리하신 것이 있나요?

예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면 위에 말했듯 제 일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어린이'라는 것을 발견한 거예요. 어린이를 굉장히 좋아하고 어린이에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걸 전에는 몰랐는데 리추얼을 하며 발견했어요. 지금도 이 키워드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있어요.

또 한 가지는 해리님이 정의해주는 일에 대한 관점이에요. 무언가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나 회사에서 하는 일뿐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행위나 목적을 두고 하는 모든 행위를 일로 확장시켜서 보게 해주셨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제 일의 영역이라는 것을 발견해 주었어요. 그전에는 맨날 책만 보고 있고 결과는 없어서 내가 뭘 한 건가 싶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공부하는 시간들을 연구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쓸모없는 짓이 아니라 저만의 쓸모를 붙여준 것이 의미 있었어요. 

(기존에 했던 일과 다르게 새로운 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이에요.) 저도 여전히 내가 일을 하고는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요.(ㅎㅎㅎ) 그래서 세 번째로는 우리가 어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돈 버는 일도 남들 보기에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쓸모 없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는 환경에서 내가 나한테 계속 말해주고 다잡으면서. 결국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이 과정과 행위를 계속 좋아해 주고 사랑해 주려면,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리추얼이 필요했다는 것을 배웠어요. 세상이 말하는 기준이나 세상이 말하는 좋고 훌륭하고 멋진 일에 휘둘리기 쉬우니까요. 


Q. 수은님의 이야기로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메이트님들이 다독임을 받을 것 같아요. 해리님의 일 관련된 리추얼을 하다가 메이커가 되셨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는 1년 동안 해리님 리추얼, 워크숍, 연말 회고 등에 참여했었어요. 1년 동안 해리님은 저를 지켜봤기 때문에 제가 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제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부분까지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어요. 또 저도 해리님을 기질 상담을 해드리거나, 저희 집에 초대해서 같이 마음 보는 작업을 하기도 했었고요. 

너무 감사하게도 그런 해리님이 제가 밑미랑 잘 어울린다며 메이커 제안을 해주셨고 같이 리추얼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리추얼 주제로 감정일기를 선택하신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리추얼을 만들 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실제로 제가 매일 하는 일이어야 하고 저에게도 중요한 일이어야 오래 운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해리님도 분명 제가 숨 쉬듯 하고 있는 일이 있을거라고 하셨구요. 그래서 5년 전 처음 마음공부를 했던 시절 기록부터 다 살펴보면서 고민하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제 일상에서 빠지면 안 되는 건 스스로가 내 마음을 궁금해 해주는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제일 편안한 방식을 생각하다 보니 일기 형식을 선택했고요. 

그리고 여기에 해리님이 제가 나와 감정을 보는 태도가 ‘어린이'를 대하는 것과 닮아있다는 걸 발견해 주셔서 ‘나를 어린이처럼 돌보는 감정일기 리추얼'이 만들어졌어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일반 일기와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감정일기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감정일기를 쓰는 방식은 많은데 저희 감정일기 리추얼 방식을 소개하면요. 시작은 내 마음에 내가 매일 매일 안부를 물어주며 내 마음을 들어주는 작업을 하자고 생각했고 리추얼 처음 이름은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말 걸기’라는 이름이었어요. 

일반 일기와 다른 점은 일기는 사건이나 상황 중심으로 쓸 때가 많은데 감정일기는 나의 하루를 살필 때 내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 주고 정확하게 감정의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해요. 그냥 너무 좋고 짜증 났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기분이 나빴다라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섭섭했나 서운했나 질문해 보는 거예요. 나를 어린아이처럼 바라보고 어린아이가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을 도와주는 것처럼 하는 거예요. 

(아기들이 울고 있을 때 왜 울고있냐고 질문하고 이유를 알아봐 주는 것과 같군요!) 딱 그거예요.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잖아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말을 듣다 보면 어떤 마음일까 헤아려지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처럼 나도 내 마음하고 완전 찰싹 붙어 있고 내가 그 상황에 들어가 있을 때는 내가 무슨 상태인지 모르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한 발 거리를 두고 상세하게 하나씩 감정 단어를 물어봐 주다 보면 내 마음이 보여요.  


Q. 메이트에서 메이커로 활동하시면서 고민되거나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을 어떻게 버티고 넘어가셨는지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리추얼을 만들면서 제가 5년 동안 마음공부 한 것을 탈탈 털고 응축해서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리추얼이 너무 소중해진 거예요. 사람들한테 잘 전달하고 싶고,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만큼 사람들이 느끼는지 궁금하고, 인증률이 낮거나 참여도가 적으면 전달을 못 하고 있구나 싶고 3개월째에는 콘텐츠가 별로인거 아닐까라는 의심도 했어서 안식월을 가졌어요. 또 다른 점은 제가 메이트를 하면서 대략 10가지가 넘는 리추얼을 경험했다 보니 비교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모든 리추얼 메이커의 좋은 점을 제가 다 해야할 것만 같고 오래된 리추얼 커뮤니티와 비교하면서 더 힘들었어요.

초반 3개월 이후 안식월을 가졌어요. 다시 예전 기록과 공부한 것들을 찾아보면서 감정일기 리추얼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것이고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쌓았고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없지만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충분하겠다는 믿음도 생겨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달라진 건 제가 솔직하게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거였어요. 제일 처음 리추얼을 운영할 때 제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리추얼 메이트들이 인증을 안 할 때였는데, 그걸 감정일기에 적고 인증할 수가 없는 거예요. 메이트들이 읽으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솔직하게 일기를 쓸 수 없는 게 힘들었어요. 저는 메이트들이 이곳에서 솔직하고 편안하고 안전했으면 좋겠는데 메이커인 제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했고 메이트들에게 솔직하게 부탁하기 시작했어요. “1월 인증글이 없어서 제가 뭔가 잘못했나 싶은데요. 무엇이 잘못일까요?” 이런 식으로 메이트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중간 미팅 때에도 저의 리추얼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어요. 솔직하게 제 어려운 점을 나누니까 너무 편안해졌어요. 제 인증글에 댓글 좀 달아달라고 말하면 메이트님들이 댓글도 달아주고요. 예전엔 메이커는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내 리추얼에 계속 있어 줄 거라 생각했고 솔직한 마음이나 부족한 면을 오픈하는 게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같이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오히려 메이커도 감정에 있어 방황을 하는구나 라고 느끼고 훨씬 안정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후로 댓글도 활발해지고 편안하고 안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Q. 쉽지 않은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메이커님들의 고충을 이렇게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수은님은 더욱 기억에 남는 메이트 글이나 댓글이 있으실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메이트들은 진짜 너무 많아요. 특정 메이트 이야기보다는 저희 리추얼에는 마음의 어려움을 느끼고 오는 많은 메이트들이 상담을 해도 나아지지 않았었는데 내가 내 마음을 들어주고 난 뒤로는 마음이 정말로 괜찮아지고 편안해졌다는 메이트들이 진짜 많아요. 상담을 받으러 가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해주는 메이트들도 많고요. 

내가 나아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하잖아요. 저도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도움이 되다가 안되다가 하는 순간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메이트들이 이곳에 와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어떤 작은 희망이라도 얻었다는 것이 저한테 너무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안에서 함께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는 것이 모든 메이트들이 생각나요. 


Q. 수은님이 생각하는 리추얼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리추얼은 나를 지켜주는 최소 단위에요. 


Q. 메이커가 소개하는 우리 리추얼(혹은 메이트들에게 보내는 편지)

다른 리추얼들은 도전하고 달리고 책 읽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에너지틱한 것들을 나누는데 우리 리추얼은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나누는 경우가 많아 부정적이고 가라앉게 만드는 리추얼이 아닌가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이제는 이것이 우리 리추얼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아요. 인사이드 아웃 2 보셨나요? 거기서 보면 엉망인 내 모습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렇게 좀 슬퍼도 화나도 괜찮은 곳, 약간 아쉽고 별로인 것 같고 나약한 나도 괜찮은 곳. 이런 모든 내 감정과 모든 나를 어린아이처럼 안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물론 슬픔 마음만 나누는 건 아니예요. 기쁘고 신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아이처럼 마음껏 나눕니다. 

한 메이트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저는 이곳에 있으면 괜찮아라는 말이 자꾸 생각이 나요.” 우리 메이트들에게 참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괜찮다, 다 괜찮다.    

저도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았기에 무용해 보이는 행동들도 일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는 위로를 받았어요.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뉴스레터를 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들이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거든요. 진심을 다해 리추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솔직하려 노력하는 수은 메이커님의 마음이 메이트님들과 인터뷰를 읽는 많은 분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요. 모두들 나를 잘 알아봐 주는 7월 보내시기를 응원을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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