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자동화되어도 인사이트는 사람이 뽑아낸다.

자동화 시대에 마케터가 중요한 이유

by June


여러 업계 내 마케팅을 하며 마주한 분들의 공통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경영진이든 일반 직원이든 적지않게,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면, 인사이트가 자동으로 나오지 않을까?”하시는 부분입니다. (아닌 분들도 있을겁니다 ㅎㅎ )


GA, Salesforce, Paid Ads, eDM, 콘텐츠, 다운로드, 도입 문의… 이 모든 걸 하나의 대시보드에 넣으면, 마케팅이 숫자로 정리되고, 성과가 명확해질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케팅을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대시보드는 늘어날수록, 오히려 확신은 줄어듭니다.


문제는 ‘툴’이 아니라 ‘측정 방식’입니다. 우리는 종종 “툴이 분산돼서 문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툴이 아니라 측정 방식의 차이입니다. 마케팅을 한다면 잘 아시겠지만, GA는 익명 트래픽을 보고, 광고 플랫폼들은 클릭과 비용을 보고, 또 CRM은 실명 파이프라인을 봅니다. 그리고 여러 마케팅 자동화 툴은 행동의 누적을 보지요. 이것들은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입니다. 같은 사람이 보지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들이죠. 그걸 간과하면 아무리 데이터를 통합해도 “왜 이번 주 MQL이 늘었는지”, “어느 콘텐츠가 진짜 파이프라인에 기여했는지”는 대시보드가 답해주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전 매주 주말마다 모든 트래픽과 활동을 모아서 분석하고 주간단위로 리뷰하는 시간을 혼자 갖는데 그때 일요일 오후를 적지 않게 쓰곤 합니다. 다른 마케팅 헤드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만 대부분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제가 생각한건 마케팅 인텔리전스는 계산이 아니라 ‘해석’이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업계 내 공통되는 환상은 대부분 이걸 놓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요. 즉, 마케팅 성과는 집계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합니다. Paid 캠페인이 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블로그가 성숙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업팀의 팔로업이 개선됐기 때문일까? 이 질문은 SQL이 아니라, 사람의 사고로만 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B2B SaaS 회사들에서도 결국 한 명의 RevOps나 Growth Lead가 매주 모든 데이터를 모아 “이번 주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결국 툴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사람은 맥락을 만드는게 아닌가 싶어요.


마케팅 자동화의 역설을 저흰 주목해봐야 합니다. 자동화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갖게 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더 적은 확신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숫자는 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못 읽고 있기 때문이죠.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스토리입니다. 어디에서 사람들이 들어왔고, 무엇에 반응했고, 어디에서 머물렀고, 언제 구매로 이어졌는지. 이 흐름을 잇는 것은 어떤 툴도 아닌, 사람이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진짜 성숙한 마케팅 조직의 모습은 뭘까요? 성숙한 마케팅 조직은 대시보드만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시보드를 원재료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사람이 해석하고, 토론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모든 걸 자동화하자”가 아니라 “무엇을 사람이 책임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마케팅은 자동화될수록 더 복잡해지고, 그럴수록 더 인간적인 판단이 필요해집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는 조직만이 데이터를 성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혼란은, 마케팅이 진짜 성숙 단계로 들어가야하는 시기를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안된다면 지속적으로 사람이 결국 들어가야할 영역이란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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