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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지 Jun 28. 2019

차오르는 시선으로 돌아보라 (1)

네이버 인디극장 : 현실보다 현실같은 II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https://tv.naver.com/indiecinema/playlists


네이버 인디극장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로서, 매달 주제를 정해 극장에서도 쉬이 보기가 어려웠던 독립영화를 묶어 상영하는 곳이다. 이번 2019년 6월 업로드 된 테마 ‘현실보다 현실같은 II : 아이들은 자란다' 는 현재 우리 사회의 아이들의 꿈과 고민을 담은 10편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이 글은 상영작을 보고 난 뒤 쓰는 첫번째 글이다. 


2019년 6월 네이버 인디극장, 현실보다 현실같은 2



애드벌룬 / 이우정 / 24min 14sec


소문은 언제나 무성하다. 뿌리를 모르고 가지만 뻗어내기 때문일까. 둘만 아는 비밀이 새어나가고 우거진 입과 말이 주인공들을 둘러쌀때 이들은 이야기의 무게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이우정 감독의 <애드벌룬>은 커가고 있는 중인, 그렇기에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에게 묵직함을 부여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묵직한 줄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누구나 여고시절엔 다 미친년이었던가. 너무나 큰 똥을 향해 웃어재끼고, 까무러치게 소리지르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자해할 수 있는 '거침 없음'이 영화를 파고들지만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 이야기 할 수 없는 두 여고생은 그 '미친 듯함'에 어리숙한 시선과 비스듬히 눌려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결국 지원과 효정이 함께 있던 그 날 밤은 애드벌룬과 함께 철거되고 만다. 뜬구름 잡는 소식만이 들려올 뿐이다.   



아역배우 박웅비 / 김슬기 / 21min24sec


아역이기 전에 '배우'인 박웅비는 눈물연기가 맘처럼 되지 않아 괴로워한다. 기뻐하는 연기, 화내는 연기, 즐거워하는 연기. 모든 희노애락은 다 어디로 갔는지 세상은 웅비의 눈물을 바라고, 연기를 위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 부정적인 이야길 들은 경험, 심지어 주변의 누구라도 죽은 경험이라도 요구해본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인가. 그러나 아이는 자기 삶에 소중한 그 어떤 것도 잃기 싫다. 오디션엔 떨어졌을 지언정 웅비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지킨 이 아역배우는 비로소 끝에서 활짝 웃는다.  



나머지 공부 / 정대웅 / 17min50sec


나머지 공부를 하던 10살 환웅은 숨막히는 교실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닝을 시도한다. 눈을 부릅뜬 선생과 위기에 봉착한 소년이 갈등하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엄마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지옥같은 학원에서 구해지고 평온함을 되찾은 소년이 향한 곳은 또 어디인가. 결말을 확인하는 순간 쳇바퀴와도 같은 출구 없음은 괴로움을 무력감으로 만든다. 커지고 작아졌던 동공은 갈 곳을 잃고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뻐끔거리던 숨소리는 고요 속에 잠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질문을 남기여 영화 <나머지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묵직함을 묻고 가라앉는다. 



셔틀런 / 이은경, 이희선 /  9min 48sec


에어컨을 틀어주기도 아까워하는 학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체력장을 감행한다. 그리고 짝사랑을, 게다가 첫사랑을 속에 품은 소녀에게 달리기의 현장은 자신을 향한 무대가 된다. 볕때문인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인지 모르게 숨이 차고 정신이 혼미해오지만 소녀는 체육선생님 홍이를 향한 시선과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다. 볕 아래 무리할 정도로 지쳐 뛰는 아이를 막지 않은 선생님의 설정은 사실 13살 벼리의 상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어난 후 양호실에 누워단 둘이 마주한 상대에게 용기내어 건네는 한 마디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또렷한 눈빛으로, 드디어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 벼리는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한다. 



2인3각 / 이진우 / 21min 21sec


서로 돌고 도는 삼각관계의 로맨스는 익숙하지만 이진우의 영화 <2인 3각>은 익숙한 구도 속의 인물들을 익숙치 않게 만든다. 장애를 가진 소년 성진과 체육입시생 예진은 운동회의 2인 3각을 연습하며 친해지고 그들의 보폭을 클로즈업하거나 나란히 앉은 어깨를 바라보는 카메라 시선은 콤플렉스를 가진 관계의 극복을 그리고자 하는 듯 보였으나 주인공의 또 다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전혀 다른 꼭지점의 약점이 드러난 삼각형은 불안하게 기우뚱거린다. 모든 게 밝혀진 후 소년과 소녀는 다시 떨어져 걷는다.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혹은 영영 멀어지는 것일까. 관계의 행방을 묻는 결말도 사치라는 듯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은 평화를 위해 깨고 싶지 않았던 금기는 영화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거리를 흩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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