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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Heroes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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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Nov 20. 2024

나를 증명하고 싶던 날들

폴킴-길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꼭꼭거리며 볼을타고
내린 눈물이 옷깃을 흑백 적실 때까지 폴킴의 '길'을
들으며 나를 믿어달라고, 믿고 기다려 달라고, 속으로
절규하며 어깨를 들썩였던 날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고 외로이 울던 그날들을 노래에
기대 희석해 냈다.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고 나를 증명해
보이고도 싶었다.
내 간절한 마음과 달리 삶의 성적표는 되려 뒷걸음만
쳐 그 간절함도 힘을 잃어 사그라들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내 마음을 대신해 주던 그 노래가
들릴 때면 위로받았던 그날의 기억들이 잔향처럼
감돌아 목이 아린다.


이젠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지나간 인연들이 생각이
난다.
그 순간 큰 위로로 나를 지탱해 주었던 사람들, 책들
음악들, 그림들이 .
내게선 힘을 잃었지만 오늘 새로이 또 힘든 누군가에게
다가가 힘이 되어주고 있을 그들이 .


내가 힘을 받았던 그 순간처럼 내가 전하는 말 한마디
손길 하나 눈물이 마를새 없는 누군가에겐 한 순간
일지라도 커다란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단단하지 않아서
누군가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보듬을 수 있어서
내상처가
내아픔이
그저 슬픔으로 남지 않을 수 있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여
누군가를 어루만질 수 있는 다정함을 건넬 수 있어서
대단하지 않아서 대단해진 우리의 날들이
우리를 포근히 덮는 따뜻한 날을 만들 수 있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잠시 머물렀던 고마운 존재들에게
나의 지난날 당신으로 인해 나는 버티었노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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