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Heroes 03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 Oct 09. 2024

볼 빨간 영웅

동전

"컥컥" 턱 숨이 막혔다.

죽음을 알지 못하는 나이였기에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집에 아버지 지인이 오셨는데 용돈으로 500원짜리 동전을 주셨다. 그것이 어찌나 좋았던지 손에 쥐었다 팔을 뻗어 하늘로 들어 올렸다.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는지 동전 맛이 궁금했었나 보다. 지금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일이고, 왜 맛보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깨끗하지도 않은 그 동전을 샌드위치처럼 식빵 사이에 동전을 넣고 먹었다.

내가 자라 요리사가 되었다면 요리계의 이단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랬다. 신나게 빵을 먹다 기어코 동전이 숨통을 막았다. "쌕쌕" 숨을 쉬려 해도 숨을 쉬지 못했고 얼굴이 터져나갈 만큼 빨개졌다. 엄마가 그런 날 발견하였는지 소리를 쳤다. 선명하던 주위의 소리가 목욕탕 소리처럼 울리는 듯하다 멀어졌다.

이따금 고구마 먹다가 목이 메어 갑자기 숨통이 컥 막히는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아 이러다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이런 느낌?

별안간 내 몸은 붕 떴고 사정없는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내 등만큼이나 큰 손. 찔끔 눈물이 날만큼 매운 손.

내가 맞아서 눈물이 나는 건지 숨이 막히는 고통에 눈물이 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 나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퍽 인상적이었다.

"퍽 땡그그그" 소리와 함께 숨통이 확 트였다.

뿌연 시야 사이 뱉어낸 빵조각과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였던지라 살았다는 안도감보단, 혼날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 잔뜩 겁먹어 슬며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혈색만큼 상기된 얼굴들 사이 나만큼 긴장한 아버지가 보였다.

여전히 한 팔로 나를 들어 올린 채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거친 숨을 내쉬고 계시던 아버지가.


나만큼 무서웠던

나의 볼 빨간 히어로.

나의 아버지.

이전 02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