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동기부여를 얻다

독후감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 나카야마 시치리

by 오후삼십팔분

우연히 와이프가 도서관을 가자고 했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하나씩 소망과 꿈을 설정한다. 아직 1월 중순이 다되어 갔지만 이렇다 할 올해 목표나 꿈을 설정하기 뭔가 민망했다. 매해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정하지 못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도서관에 도착했다. 여러 섹터에서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책들이 모인 군집에 멈춰 섰다. 고소한 곡류를 찧는 담백한 냄새에 유혹되는 참새와 같이. 그때까지만해도 글을 쓸 확신을 갖진 않았다. 미스터리를 합리적으로 쓴다는 이 작가의 당찬 제목이 나를 유혹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를 쓸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제목이나를 빨아드렸다. 대략 13년 만에 도서관 자리에 앉았고 그렇게 역사적 일지 모르는 오늘의 책장을 펼쳤다. 그렇게 연이틀 나는 도서관을 찾았고 이 책을 모두 다 읽었다. 책을 읽는 행위도 오래간만이거니와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는 것도 낯설었다.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깨달았다. 잊고 있었던 나의 기본 행복은 책을 읽고 글을 썼던 것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기나긴 겨울잠을 깨고 일어난 느낌이다. 나는 다시 잠에서 깼다.



images (1).jpg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에 대해서 소개하면 나카야마 시치리 미스터리 소설가다. 에도가와 란포에 빠져들어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을 모두 읽었고. 데뷔 작품 <안녕, 드뷔시>로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후반부의 예고 없는 반전이라고 한다. 작품의 마지막 한 줄이 어느 정도 반전을 선사하는지 궁금하다.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그 방식이 무리수라고 혹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사실 나는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삶의 새로운 영감을 받은 작가를 비난하지 않기 위해 책은 읽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우연히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무겁지 않고. "나는 이렀어"하며 담담하게 본인의 글쓰기 경험과 글에 대한 태도를 독자에게 주입시킨다. 글을 기획적으로 쓸 모든 사람들에게도 좋다. 우연이 동기가 됐지만 동기를 새기기 위해 책을 읽는 중간에 메모를 했다. 그중 읽어가며 메모했던 내용들에 대해 다짐을 남기기 위해 적어보면...


1. 최대 공약수를 찾아라 그리고 가르쳐 들려고 하지 말라

나의 목표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를 창작하고 싶다. 개인적인 글을 쓰는 모든 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의 최대 목표는 소비가 되고 판매되는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토리를 쓰기 위해선 다수가 좋아하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최대 공약수를 찾으라는 말이 사실 이 책에서 나에게 주는 교훈 중 임팩트가 가장 강하다. 세상에는 여러 이슈가 있고 여러 콘텐츠가 있다. 그중 가장 다수가 좋아할 만한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을 엮어내면 분명 좋은 스토리를 엮어낼 수 있다. 내 생각을 독자들에게 가르쳐 들 때가 생각날 때마다 '초심'을 찾자는 생각으로 이 글을 다시금 찾아보려 한다.


2. 500장 정도의 장편이라도 2천 자 이내로 플롯을 정리하고. 그게 재밌어야 된다.

창피하게도 플롯이라는 단어도 처음 알게 됐다. 기자생활도 했고 나름 글을 써왔다고는 하지만 플롯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게 됐다.


스토리 vs 플롯: 가장 쉬운 구분법을 영국의 소설가 E.M. 포스터가 이 차이를 잘 설명했다고 한다.

스토리(Story): "왕이 죽었다.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

플롯(Plot): "왕이 죽었다. 그러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왕비가 죽었다." (인과관계로 연결)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들의 논리적인 안과관계와 배치방식을 플롯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어떠한 인과관계로 풀어내는 결정체다. 플롯을 알고 글 쓰는 기본 방법론을 공부하게 됐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어떤 기반의 스토리인지 결정해야 된다는 기본적인 내용도 알게 됐다. 또 기승전결은 어떻게 구성할 건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한다.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진다. 글이야 쓰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급격하게 어려워진다는 초조함이 생겼다.


3. 기승승전결, 기승전전결 중간에 두 사건을 연결하려면 전자를 택하라. 그러고 나서 분량을 설정하고 기승전결의 각 부분의 대사와 지문 비율을 택하라


기승전결 단계별 대사 / 지문 비율이라는 것도 있다.

1)기 - 도입부문 지문 60% : 대사 40%

2) 승 - 전개부문 지문 40% : 대사 60%

3) 전 - 반전부문 지문 50% : 대사 50%

4) 결 - 결말부문 지문 70% : 대사 30%


개인적으로 이 비율이라는 것의 정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참고 사항이다. 알면 좋고 비율에 맞춰 스토리를 전개하면 좋다. 스토리의 방향성과 풀어가는 논리력에 따라 비율을 변화무쌍해야 된다.


4. 첫 글에 독자를 사로잡을 문장을 넣어라


가장 어려운 주문이다. 소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니 한국 소설 시장을 더 알아보게 됐다. 이제는 순수문학은 저물고 전체적인 시장이 웹소설의 비율이 더 커 간다는 생각이다. 기성문단과 플랫폼의 거대 전쟁에서 기성문단은 나이 들고 퇴패하고 있다. 두 객체를 분류하는 것,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를 비난한다는 것들은 개인적으로 저급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대 상황이 변화했을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사람의 니즈대로 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순수문학과 웹소설을 둘 다 쓸 생각이다. 두 개를 번갈아 가며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게 두 개는 경쟁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나의 포텐은 어디에서 터질까? 초보다운 상상을 해본다. 두 개의 플랫폼 내에서 나의 경쟁력이 무엇일까를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다시 근본적으로 빠지는 고민은 첫 글로 독자를 잡으라는 시치리의 주문이다. 정말 어려운 주문이다. 특히 웹소설은 1~3화에서 독자를 잡지 못하면 사장된다. 첫 글빨을 조금 더 높여봐야겠다.


5. 추천 책 :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노란 방의 비밀 : 최초의 밀실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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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여러 책을 추천했다. 하지만 내가 메모한 책은 2개다. 이유까진 메모하지 않아 다시 찾아보니 이러한 이유가 아니겠거니 한다.


2개의 책은 플롯의 정수라고 한다. 추리 소설의 트릭은 곧 정교한 플롯의 산물인데. 이 책들은 독자에게 정보를 언제, 어떻게 줄지 설계하는 법을 배우기에 좋은 교재라고 한다. 반전의 논리도 알려주는 책이다. 아마 플롯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이 책들을 읽어보고 그리고 책에 대해서 더 써보려고 한다.


나 책을 쓰겠어! 나 글을 쓰겠어! 하는 마음을 가졌거나 그 다짐이 다소 약한 사람들에게 넌지시 건네고 싶은 책이다.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날이 오면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을 다시 기억할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