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자세
아들아,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네 마음을 살펴봐라. 조언을 해달라면서 조언을 듣는 사람은 드물더구나. 한마디 조언에 두 마디 자기 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럴 때면 그 사람이 정말 조언 바라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내게도 이런 생각이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럴 때 나는 입을 다물고 귀를 연다.
준비가 안 되었을 때는 이유가 많아지더구나. 내가 그렇더라. 그걸 핑계라고 말하고 싶은데, 남들 속 사정을 다 모르니 조심스러워 말을 눌러 삼킨다. 아빠는 독설은 말 그대로 독설이라 생각해. 독이 약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행히도 독설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해도, 그건 그 사람이 이미 변할 준비가 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독설이 아닌 차 한잔 건내주어도 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너는 지금 준비된 사람이니, 아니면 독설이 독이 되어버릴 것 같은 사람이니?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 너도 마찬가지다. 절박한 순간인지. 진심으로 변하고 싶은 것인지 살펴보아라. 그저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다면 솔직히 말하거라. 나 힘들다, 억울하다. 답답하다고. 들어줄 사람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문제의 해결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쯤 되면 더 이상 같은 이야기로 주변을 괴롭히지 말아라. 진심으로 들을 준비를 하고,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란 걸 절박하게 느껴야 한다. 조언을 구하려면, 번잡한 마음과 부족한 지식으로 요란한 입을 가라앉혀야 한다. 잔잔해지고 나면 네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드러날 때가 있을 거야. 조언을 듣기보다 네 말을 많이 하고 싶을 때는 아직 너 스스로도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야. 이 두 마음의 상태를 잘 살피거라.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를 누군가에게 지시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스스로 자신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나아가 어떤 인간이 되길 바라는지 스스로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아빠 말은 아니고. 게랄트 휘터라는 뇌과학자의 말이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그러니 성적보다는 어떤 책을 읽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어떤 학교에 갔느냐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야. 네가 나를 떠올릴 때, 지시하는 아버지보다 선택의 몫을 많이 주었던 아버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가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홀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고, 그다음은 스승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면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라. 그분들의 입을 닫게 하는 건, 너의 요란한 마음일 것이다. 핑계나 너의 이야기는 다 떨구어내고 빈 마음으로 조언을 구해라. 그래야 그분이, 너의 스승이, 너의 친구가 너에게 아낌없이 조언해 줄 것이다. 너의 실패와 성공을 함께 아파하고 축하해줄 것이다.
아빠는 아무래도 너의 핑계와 투덜거림을 듣는 게 더 좋구나. 그래야 너와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너의 스승이 되긴 글렀나 보다. 나의 잔소리는 가이드 북일뿐, 여행은 너의 마음이 이끄는 데로.. 오늘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