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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y 18. 2020

고갤 들어봐요

어쩌면 고갤 떨구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흔들리는 버스, 겨우 손잡이에 몸 맡긴채

발치만 내려다보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눈을 감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소리없는 이어폰은 그저 듣기 싫다는 의미

눈치없는 전화기는 자꾸 맘 울리네요


고개들어 나를 봐줘요

당신이 걷던 그 길가에 늘 내가 있어요

버스 정류장 보도블럭 틈새에도

가끔 쓰다듬고 지나쳐준 돌담길에도


어쩌면 아직 혼자일지 모르겠네요

미처 빼지 못한 반지는 습관일지도

아니면 말하기조차 힘들어서인가요


고개들어 나를 봐줘요

당신이 보아주길, 이름불러 주길

겨울 눈 속에 사라진데도 다시 봄이면

고갤 들어요. 발 아래에서 조금만 더

한 치만 고갤 들어봐요 늘 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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