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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Oct 07. 2020

남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마라

사랑하는 아들에게

너의 품격은 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을 품어내는 크기만큼 얻어지는 것이다.


아들아,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거라. 어떤 경우에도. 분위기를 돋구기 위해서든, 격없이 편한 순간에도, 심지어 그가 너를 공격하고 코너에 몰아붙이는 순간에서도 말이다.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겠지만, 상대를 비웃음거리로 만들진 말아라.


 너의 격은 남을 통해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네가 무심코 하는 어떤 행동과 말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이다. 남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대신 기꺼이 너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어 주어라. 그렇다고 무시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란다. 사람은 날카로움을 품고 있어야 해. 때론 차가운 침묵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다. 품격 있는 사람이라면 그 침묵의 의미를 알 거야. 그런 이와 오랜 우정을 쌓아갔으면 좋겠다.


 만약 네가 너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남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면 마땅히 그날의 너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쉽게 잊어서도 안되고,  눈을 감으면 너의 행동과 말이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해야 한다. 사나운 짐승에게 쫒기듯 네 마음은 급하고 불편해야 한다. 너의 무례를 사과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아들아,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조건이나 실리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단다. 살아가는 어느 순간 악연으로 만날 수 있고, 농담이 실담이 되어 너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칭찬과 덕담은 비록 형식적이다 지적받을 수는 있겠지만,  적을 만들지는 않는다. 친근함을 핑계로 무심코 던지는 조롱은 반드시 적을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너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너의 재주보다는 너의 사람 됨됨이을 믿기 때문일 것야. 그러니 잘못을 저질렀을 때, 회피하는 것만큼 못난 행동이 없고, 진실된 사과보다 더 나은 처방은 없단다.   


오늘도 아빠는 너희들이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을 본다. 사소한 실수를 놀리고 트집 잡고 화를 내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 거리며 같이 뒹구는 모습을 본다. 그게 평범한 일상이구나. 가끔 내가 너희 둘 사이에서 빠져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경계를 넘어 아주 심하게 다투고 난 뒤에 너희들이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내 마음이 여려서 그런지 자꾸 개입을 하게 되는구나. 하나 더 이유를 댄다면 어린 나무에 부목과 가지치기가 필요하듯 사내아이들은 규율과 예의를 가르치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서 말이야. 이 글을 읽을 때 쯤, 어른이 되어 있을 아들아. 사내가 된 아들아. 남자가 된 아들아. 예의와 범절을 갖춘 사람이 되어라.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조롱거리로 삼지 않는, 사람에 대한 태도에 품격을 갖춘 남자가 되어라. 순간의 감정에 휩쓸릴 수 있는 때에도 타인의 마음까지 세심히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너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 사이에 거리에는 ‘정도’가 있단다.


늘 그렇지만, 아빠의 조언은 가이드일 뿐, 너의 여행지도는 네가 만들어가길-

오늘 하루도 나는 원 없이 너를 사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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