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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Oct 16. 2020

제일 작은 뼈

사랑하는 아들에게

우리 몸에서 가장 작은 뼈는 이소골이라는 귀 속에 있는 세 개의 뼈란다. 추골 침골 등골, 이 세 개의 뼈가 마치 지렛대처럼 연결되어 고막을 울리는 공기의 진동수와 진폭을 달팽이관에 전달하지. 돌돌 말린 달팽이 관을 펼 수 있다면, 그 안에 가득 찬 림프액과 줄지어 있는 섬유세포를 보게 될 거야. 파도에 흔들리는 바다의 수초처럼 수많은 세포들이 음파의 길이와 강도에 따라 흔들리고 서로 다름을 섬세하게 구분해 뇌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측두엽에서 의미를 가진 소리, 언어로 해석된단다.


세 개를 모두 모아도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크기의 작은 뼈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포들이 한데 어우러져 세상과 네 마음을 흔드는 ‘언어’가 된다. 말이란 이렇게 정밀한 과정을 거쳐 네게 전해 지는 것이란다.


그러니 내 사랑하는 아들아, 세밀히 들어라. 다른 곳을 보지 말고, 말하는 사람에게 몸을 돌려라. 조금만 힘주어 눌러도 부서질 작은 뼈들이 전달하는 말을 그만큼이나 섬세히 들어라. 경청이란 임금이 수만 백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를 의미한다. 경청과 경독은 같다. 눈으로 읽은 글도 네 머릿속에서 소리로 바뀌어야 언어가 된단다. 입을 다물고 있을 뿐, 머릿속은 늘 멋진 낭독회가 펼쳐지고 있단다. 그런데 말이다. 진짜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이 낭독회를 멈추어야 한다.


경청과 경독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할 때에만 그제야 네 안에서 들려오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단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온 마음이 빼앗길 때처럼, 첫사랑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네 안의 이야기를 기다려라. 고요하고 고요해라. 대화를 할 때에도 세심히 들어야 하는데, 내면의 소리, 영혼의 소리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마음이 번잡하다면 들을 수 없단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다만 한 마음 가지기가 어려운 일이다.


총명聰明이란, 진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 영성의 밝음을 의미한다. 눈과 귀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너의 바른 마음, 세상을 향한 사랑, 네 삶의 이유를 실현하려는 굳센 의지란다. 그 외에는 모두 놓아버려라. 고요히 숨 쉬고, 진실한 한 마음을 밀고 나아가면 머리는 차가워지고 아랫배는 따뜻해질 것이며 마음은 환히 밝아질 거야. 성령聖靈이 네게 지혜와 용기를 주실 테니 깊고 깊은 고요의 시간을 자주 가지거라.


수 십 년이 지나 이 글을 읽을 때에도 지금 내 마음에 가득 찬 이 소리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우주보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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