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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Oct 05. 2020

공부하는 태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공부란 진리를 찾는 과정이다. 그러니..
 자신을 속이지 마라.

    

사랑하는 아들아.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참 많은 이야기가 있다. 모두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내가 지금껏 알게 된 것은 ‘진리를 깨닫는 공부, 진리와 하나 되는 공부’가 전부일뿐이다. 그 외의 이유는 부목을 덧대는 정도라 생각한다. 여러 사설이 많은 이유는 그 공부의 이유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겠지.

     

선생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즘 시험을 보지 않는 학교가 많더구나. 성적과 등수를 매기는 것은 자아상을 만들어가는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말에 나도 동감한다. 다만 시험이 아니라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적절한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공부란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공부란 매듭을 짓는 단계가 필요하다. 초목이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의 시간 법칙에 따라,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줄기로, 그리고 마침내 열매로 마디마디 매듭을 지으며 나아가듯, 공부 또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앎은 끝이 없단다. 오죽했으면 7~80년 인생이 학문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것이라고들 하겠니. 지식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은 마치 하루살이들이 서로 누가 더 오래 사는지 다투는 것과 같을 거야. 아는 척하지 말고 아는 것으로 남 돕기에 힘써라.     


공부란 ‘정직함과 성실함을 단련하는 과정’이다.

네가 말을 처음 배울 때, ‘세탁기’를 그 자리에서 일백 번 넘게 되물어본 적이 있다. 본래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에 그러하다. 살아가며 일백 번을 되새겨 보고, 외고, 생각한 다른 무언가가 있니?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보고서 한 장을 쓸 때에도 형식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일을 이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 기획에서 그치는 기획서가 있는가 하면, 반드시 결과로 만들어지는 기획서가 있다.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공부란 끝없이 자신의 정직함을 단련해가는 과정이다.      


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란다.

배움이란 ‘배다’에서 온 말이라 한다. 옷감에 물을 들이듯, 지식이 배어들어 너의 색깔을 이뤄가는 과정이 배우는 과정이다. 몸에 밴 습관이 자연스럽듯 제대로 알게 되면 내어 놓을 때 자연스럽다. 진실함이 몸이 배이고, 선함이 말에 행동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억지스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거라.


깨달아도 깨달음의 내용은 다르다. 그러니 겸손해라.

세상엔 여러 분야가 있고, 종교가 있고, 사상이 있고 각기 저마다 깨우침이 있다. 큰 깨달음이란 이 갈래를 넘어 근원을 깨닫는 것이다. 깨달았지만 하나되지 못한다면 나날이 돌아보며 닦아가는게 도리다. 깨달음과 네가 하나되어 아무런 경계가 없어지고, 네가 원하는 데로 해도 그것이 진리 그대로라면 제법 잘 살았다 하겠다. 아빠는 부처님과 예수님이, 공자와 노자가, 화이트 헤드와 최수운이 서로 만난다면 부둥켜 안고 기뻐하며, 고개를 숙이고 서로의 말에 귀기울일 분들이라고 상상한다. 시공의 한계는 깨우침을 갈라 놓았고 소통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 때와 달라 원하면 어디든 오갈 수 있고, 궁금하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시대다. 하물며 너의 시대는. 그러니 하나  '알았다' 교만하지 말고, 부디 겸손하고 겸손해라.


사랑하는 아들아. 어리고 귀여운 네가 날마다 배워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너를 통해 배워가고 있단다. 늘 배워가는 모습을 평생 너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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