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예의 - 존중

심성에 대해, 첫번째 이야기

by 오후의 책방

아들아, 네가 이 글을 읽을 때가 언제쯤일지 아직은 짐작할 수가 없구나. 10대일수도 20대일수도, 아니면 지금 아빠의 나이려나?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할까 고민이야.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염두해야할 몇가지에 대해 먼저 말하려고해. 주제들을 모아놓고 보니, 모두 심성에 대한 것들이더구나.


사람에 대한 예의, 존중에 대하여.

사람의 기질을 비유하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있다. 그 누군가가 고사리를 대나무 통에 오랫동안 넣어두었다고 한다. 10년, 100년 시간이 흘러 뚜껑을 열어 꺼내보았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꺼내자마자 끝이 요렇게 고부라지더란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않는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이려나? 대신 그만큼 '사람이 자신의 기질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죽을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도로 이해해보자. 심성은 기질을 거쳐 나오고, 기질은 환경에 의해 다듬어진다. 그러니 너의 심성은 나의 책임이 크다. 네가 어떤 어른이 되어갈까, 나는 궁금하고 설래인다.

심성은 저 고사리처럼 자연이 드러나는 것이지만, 노력으로 다듬을 수 있다면 네게 한가지 부탁을 할께.


다른 사람을 절대 웃음거리로 삼지마라.


험담은 물론이고, 누군가를 재미거리라도 삼지말아라.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히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누가 네게 사람에 대해 물어볼 때, 너는 어떤 말부터 하는 편이니? 그 사람의 장점을 이야기하니, 아니면 비판을 많이 하니? 아니면 지금처럼 '잘 알지 못한다'하며 슬며시 질문하는 내 마음부터 헤아려보는 편이니? 아빠는 네가 여전히 그랬으면 좋겠구나.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잣대가 그어지지 않은 백지 같아서 친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너를 보며 아빠도 배운다.


물론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꼭 필요한 능력이란다. 시간이 허락하면 조조의 인사참모였던 유사가 쓴 인물지를 읽어보렴. 인사권을 쥔 사람에게는 사람을 아는 것이 곧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라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사판단력보다 사람에 대하는 태도에 대해 네 마음을 더듬어 보았으면 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단편적인 일이 아니란다. 잠시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섯부른 판단을 내리는 걸 피할 수 있다. 그저 재미를 위해서라도 사람을 소재거리로 삼지는 말았으면 한다.

지금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윗사람의 험담을 하지 말아라. 동료들과 공감대가 생길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풀릴지도 모르지만, 대신 너의 격은 낮아지고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불편한 구석이 생길 거야. 이런 일이 반복될 수록 그것이 더 커질거야. 아랫사람을 비판하지 말아라. 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다. 늘 덕을 붙여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구나. 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렴. 화를 내지 말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만큼 네 마음에 사람을 담을 그릇이 커져나갈거야.



너를 농담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들아, 좀 재미없으면 어떠니, 그리고 세상엔 그보다 더 재미있고 웃을거리들이 많단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네게 더 많은걸 가져다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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