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책편지
어느 날 고양이는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한 번 길들여볼까옹?’
세상을 유목하던 고양이는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의 무리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독립심이 강하고 언제 노마드로 변실할지 알 수 없는 동물이 인간 사회에 떡하니 자리 잡는 것이 말입니다.
제법 시간이 흘러 고양이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음, 이쯤에서 인간에게 철학을 가르쳐볼까옹!’
마침내 고양이는 철학하는 집사를 길들였습니다. 심지어 그 집사는 책까지 냈습니다. 책 제목이 정말 ‘묘’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른한 오후
나를 깨우는 시간, 오후의 책편지입니다.
오늘 들고 온 책은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는 신승철님의 책‘묘한 철학’입니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그리고 고양이 집사로 살아가며 경험한 소소한 일상을 질 들뢰즈나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과 참 ‘묘’하게 연결한 책입니다.
이 책의 5장, <떠나지 않고서도 여행하는 법, 노마드> 한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는 환경에서 앎과 인식은 성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량의 정보를 분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내 지칠 테니까요. 오히려 정보 값이 적을수록 앎이 비로소 가능하게 됩니다. 정보 엔트로피 값이 높을 경우에 앎이 성립된다는, 배움에 대한 기존의 교육관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달달 외우는 식의 수용자적 태도로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보 엔트로피 값이 낮아야 비로소 습으로서의 앎을 체득할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도예 장인의 문하에서 견습생으로 들어가면 처음 일 년 동안 불만 지피고, 그다음 일 년 동안 흙만 반죽하는 방식으로 훈련하던 것이 습으로서의 앎을 획득하는 과정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정해진 일들을 반복적으로 행함으로써 불의 상황, 흙의 상황을 충분히 익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