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칸트인가

by 오후의 책방

철학사에서 칸트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칸트 철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대개는 『순수이성비판』을 읽다가 멈춘다고 해요. 칸트의 글이 너무 생소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먼저 칸트 철학의 전체적인 개요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다음 차차 『순수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 그리고 『실천이성 비판』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읽어나가면 되니까요. 오늘은 칸트 철학의 전체적인 개요를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대중 철학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상환 교수님의 『왜 칸트인가』입니다.


https://youtu.be/V2dfU68Mipo


이 책 서문의 주요 부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철학사는 왜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까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을 꼽으라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헤겔, 그리고 칸트를 든다고 합니다. 소위 이 5대 천왕 중에서도 단 한 명만 꼽아야 한다면 칸트는 플라톤과 경쟁하면서 정상을 다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칸트가 그만큼 서양사상사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지요. 저는 다섯 분 외에도 니체, 하이데거, 화이트헤드를 꼭 넣고 싶은데요, 아마 김상환 교수님은 근대 이전의 철학사에 주안점을 둔 것 같습니다.


칸트가 서양 사상사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란 무엇일까요? 서양 철학사는 칸트에 의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칸트 이전의 철학과 칸트 이후의 철학은 어떠한 대조를 이룰까요? 이 질문은 저자가 이 책의 전체를 끌고 가는 주요한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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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철학 전체는 3대 비판서를 기본 골격으로 합니다. 첫 번째 비판서는 『순수이성비판』(1781)으로 인간의 이성을 해부하며 인식의 문제를 규명합니다. 두 번째 비판서는 『실천이성 비판』(1788)입니다. 이 저작은 윤리의 문제를 규명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비판서 『판단력 비판』은 미학을 다룹니다.

제가 다음에 소개할 책 중에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R.D. 플레이트로 독일의 대중 철학자이고,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라고 해요. 이 책의 목차를 짤 때 칸트철학의 네 가지 물음에서 착안했다고 해요.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마지막 질문인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앞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합니다. 앞에 세 질문이 바로 칸트의 세 비판서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음 책을 다루기 전에 칸트 철학을 소개를 하는 게 좋겠더군요.


칸트는 세 비판서를 통해서 철학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인식론, 윤리학, 미학, 자연관 각각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 변화를 천문학의 코페르니쿠스, 혹은 콜롬버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론철학, 실천철학, 예술철학, 자연관에 가져온 전회를 되짚어보는 이유가 오랜 철학논쟁을 다시 다루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칸트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칸트를 포함하여 과거의 어떤 철학도 오늘의 우리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정답이라는 것은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문맥에 부합해야 하므로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칸트도 이런 사정에서는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시대에 제기되는 철학적 물음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칸트는 적어도 그들이 참고할 가장 균형잡힌 답안을 내놓은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칸트는 과거의 철학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영토, 철학의 신대륙이라고 부를만한 새로운 영토를 발견했다는 의미에서 철학의 콜럼버스로도 비유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양철학의 관점이겠죠. 서양 철학사에서 칸트 이후 오늘날까지 철학사를 수놓은 많은 사상들, 의미 있는 철학사조는 대부분 칸트가 발견한 대지 위에서 전개되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콜럼버스에 대한 비유가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아메리카 대륙은 존재했었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와 사상이 있었지요. 이런 식으로 살짝 삐딱하게 본다면, 칸트철학에서 다루는 논의들은 이미 동양 철학이라는 대양大洋에는 이미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중심에 놓고 가르칠 때 학생들이 가장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이론철학, 실천철학, 예술 철학을 균형 있게 골고루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이고요. 무엇보다 인간 사고의 다양한 층위를 분석하면서 근대인에게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친 위대한 스승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책은 중간 중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 관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식과 표로 정리해두었는데요, 제겐 이 부분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정욱 님의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읽기』(세창미디어)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3대 비판서 중에 『순수이성 비판』에 대해서 설명한 책입니다.

철학사에서 칸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안내서를 통해 칸트 철학의 전체적인 개요만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어려운 3대 비판서를 조금 더 자신 있게 읽어 나가는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김상환 님의 『왜 칸트인가』 꼭 읽어 보시길 추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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