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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Dec 23. 2022

여수

여수에 한 번 못 가봤어요.

- 나중에 가족들과 꼭 가보세요.

답장을 못했다


난 참 바보 같아서

인도를 가고 미국을 가고 일본을 가고

강원도 제주도 강화도를 가고

여기저기 가고 또 갈테지만

일하다 돌아오는 길 식사는 휴게소

앞을 볼 때는 운전 중

하늘을 볼 때는 여관방 창문을 열며


사람들은 아름다운 저 밖을 바라보고

나는 그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하드디스크에 담아 전파에 담아

화면에 담긴 걸 본다


인스타 브런치에 외국풍경

맛난 음식 멋진 옷 부러운적 없는데

왜 그 말에 초라해질까

‘가족과 함께’

마음이 복잡해져 답장하지 못했다


탓했다 젊은 시간을

위로했다 길에서 보낸 시간들을

미안했다

농담하나 빈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무도 모를 텐데도 인사 치래 답장이

입밖에 나오질 않았다


어느 날 여수에 가면

한 번 빙긋 웃어야지

내 속은 나만 알게 할거다

왜 그렇게 슬프게 웃냐고 물으면

‘당신이 고마워서’라고 하겠지


늘 빚진채 살아간다

내 젊음에 내 가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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