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의 책방 Oct 26. 2023

'10월의 하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KIAST 정재승 교수님 인터뷰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

<10월의 하늘>이 2023년, 올해로 14번째를 맞았습니다. 며칠 후인 28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전국 50개 도서관에서 100명의 과학자들이 무료강연을 엽니다. <10월의 하늘>은 어떻게 시작되고 또 어떻게 이어왔을까요? 세상을 향한 선한 마음이 모여 이어가고 있는 10월의 하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https://youtu.be/DrRLe4BAUEQ?si=cXmAZ_-2sqVk0Qf6


Q. <10월의 하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10월의 하늘 준비위원 정재승입니다.

<10월의 하늘>이 어떻게 시작되었나, 생각해 보면 정말 극적이기도 하고, 우연스럽기도 합니다. 2006년 무렵, 서산의 시립도서관에 제가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됐는데, 와! 정말 저는 그때 그렇게 BTS처럼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게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당시에 중학생 초등학생들이 ‘과학자를 처음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과학자의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싶다’며 뜯어 가기도 하고, 되게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큰 도시에서는 이렇게 과학자를 만나고 과학자의 강연을 듣는 일들이 큰일이 아닐 텐데, 조금만 작은 도시로 와도 과학자를 직접 보고 또 심지어 책을 쓴 작가로서의 과학자를 만나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적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는 연구하는 과학자가 우리가 하고 있는 과학이 어떤 의미인지, 우주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고, 또 우리의 일상생활에 불편함과 어려움을 어떻게 덜어내고 있는지 시민들과 소통하는 일이 너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어 주시는 분들에게 그런 일에 좀 소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혼자 조용히 방학 때마다 이렇게 과학 강연들을 해오다가…

 2010년 무렵에 처음으로 트위터에 ‘제가 이런 거 하고 있는데, 너무 보람 있어요. 우리 같이 한번 해 볼까요?’라고 글을 올렸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고 싶다고 말씀을 주셔서 2010년 무렵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0월의 하늘’은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난다.”는 큰 모토 아래 1년 364일은 정당하게 우리의 재능을 세상에 청구하지만 그래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하루 정도는 과학자로서 공학자로서의 내 재능을 기부한다는 마음으로, 과학강연을 재능기부하는 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너무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고 계셔서 매년 전국에 작은 도시 50개 도서관에서 100명의 과학자가 거의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하게 되었고요. 저로서는 굉장히 뭉클하고 감동적입니다.

 

Q. <10월의 하늘>은 교수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10월의 하늘>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 보면, 저는 ‘과학자로서의 연대’, 더 넓게는 ‘과학을 중심으로 시민들과의 연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험실에서 혼자 조용히 논문을 쓰고 실험하는 일들은 외로운 작업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고, 그걸 통해서 과학이 드러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서로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만은 ‘우리 모두가 하나’ 임을 <10월의 하늘>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재능을 남들에게 나눠준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서로 함께하고 있다는 위로를 얻습니다. 10월의 하늘을 위해 아침에 출발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도착해서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의 눈망울을 보고 끝나고 굉장히 벅찬 보람을 느끼면서 돌아오는 그 모든 순간에 연대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제게 ‘10월의 하늘’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Q. <10월의 하늘>에 오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저는 절대로 과학이 쉽고 재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저한테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만약에 과학이 쉽고 재미있는 것이었다면 제가 도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 쉽지 않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성력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저는 <10월의 하늘>에 그런 젊은이들 청소년들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내가 낸 세금으로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어르신들도 참여해서, ‘아! 나도 옛날에 진짜 과학자를 꿈꿨는데, 나는 우주가 너무 궁금했는데, 지금 현대과학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우주의 경이로움을 밝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도서관에 와서 과학 강연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10월의 하늘>은 왜 도서관에서 열리나요?

저희가 ‘10월의 하늘’을 도서관에서 하는 데는 각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했다면 또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오게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는 동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 도시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도서관이 어디인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도서관에 오셔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도서관이 이렇게 생겼구나, 즐기시고 또 과학 강연은 한 번이지만 이 강연이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너무 재밌어서 이와 관련된 책을 읽어 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또 1년 내내 과학서적의 독서라는 걸 통해서 과학을 만끽하는 삶을 시민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 저희가 아주 고집스럽게 도서관에서 행사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을 넘어서 과학을 포함한 이 시대의 중요한 지식을 지성인들과 나누고 교류하고 공감하고 또 확산하는 중요한 지역의 허브, 메카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요. 10월의 하늘이 거기에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Q. <10월의 하늘>이 14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10월의 하늘>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전적으로 중요한 건 강연을 해 주시는 과학자 공학자분들 덕분입니다. 이 행사가 14년째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그분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요. 특히 또 준비위원분들, 저희가 농담 삼아서 ‘기억으로 가입하고 망각으로 탈퇴한다’ 고도하는데. 어떤 의무를 드리는 것도 아니고, 어떤 혜택을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또 참여해 주시면, ‘아 이 분이 정말 우리 준비위원으로서 우리 모임에 함께 해주시는구나’, 또 연락이 뜸하면 ‘많이 바쁘셔서 못 오시는구나, 탈퇴하신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느슨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돈이 아니고도 이렇게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시민들이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희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하고 있는 강연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고 그 책의 인쇄비로 여러분들에게 한 권이라도 책을 더 기부드릴 수 있고 또 엽서나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이런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Q. <10월의 하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의 바람은 앞으로 20, 30년, <10월의 하늘>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고요.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돈이 아니고도 과학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고 과학자와 대화하고 소통하고, 과학 하는 마음을 품고 과학자를 꿈꾸는, 그런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젊은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이 행사가 전 세계의 10월의 하늘을 뒤덮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10월의 하늘>이라는 행사는 선한 마음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태주셔서 이런 행사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일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길, 이 강연을 들은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이 나중에 과학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고 성장해서 과학자가 되어주시기를, 또 과학자가 되었을 때에는 다시 이 자리를 찾아 주시기를….

 그래서 여기 도서관에서 내가 들었던 강연의 그 자리에 미래의 과학자가 되어서 모레의 과학자들을 또 만나 주시기를, 기꺼이 무료 강연을 해주시기를 작게나마 소망해 봅니다. 이렇게 <10월의 하늘>에 참여해 주시고, 멀리서 후원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50개 도서관 목록은 아래, 10월의 하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octobersky.org/


매거진의 이전글 걷기의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