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1
2022년 새해를 맞아 한 미술관을 찾았다. 사랑에 관한 전시였는데,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있는 다양한 국면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느낄수 있는 섬세한 감정들을 온도라는 매개로 표현한 전시였다. 다양한 사랑의 감정 중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되는 '불안' 섹션이 있었는데,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그 불안에 대한 이야기다.
불안 전시 공간 한 켠에는 '불안의 벽'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관람객이 직접 스스로 느끼는 불안에 대해 적고 붙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불안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보다가 꽤나 오랜 시간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방학이 끝나가서,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이 나보다 키가 더 커지는게 불안이라는 귀여운 어린이와, 어린이인 시간이 빨리 지나서 어른이 될까봐 불안한 강지오 어린이의 귀여운 불안을 지나니,
무엇이 불안한지 몰라 불안한 사람의 불안, 지금 느끼는 행복이 사라질까 불안한 행복한 어느 한 커플의 불안이 있었다. 불안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도 불안하고, 행복해도 불안한 우리들.
수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보다가, '미래'가 불안의 근원적인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아서, 몰라서, 두려운 미래. 아마 불안은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형태의 미래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두려운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문득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두려운, 가장 되고 싶지 않은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랬더니 선명하게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늙어버린 내가 나의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너희들은 너희의 꿈을 따라 살아라"라고 말하는 모습. 그 모습이 내가 가장 되고싶지 않은 미래, 내가 가장 두러워하는 미래의 모습이었다.
원하는대로 살지 못하는 것. 그것은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나의 브랜드 회사를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브랜드 회사를 통해 나의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나의 회사 생활은 그렇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회사생활에 치여 산다는 핑계로 꿈을 잊고 살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늘 생각했지만 마음 한켠에 내버려두었다.
회사에 들어올 때 까지만 해도, 좋은 회사에서 나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면 미련없이 떠나리라 굳게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승진을 하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익숙해지니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커졌다. 좋은 복지, 좋은 동료, 좋은 워라밸, 좋은 대우.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루하루 내가 하고 싶은 꿈에서 멀어진다는 사실만 빼면.
가끔 꿈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때면 이런 생각들이 올라오곤 했다: '진짜 나는 나의 회사를 만들고 싶은게 맞을까?', '나의 회사를 만들어야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게 아닌건 아닐까?', '지금 회사를 나가서 잘 안되면 어떡하지?', '좋은게 좋은거라는데 그냥 여기서 버틸까?'.
더 그럴듯한 생각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결혼만 하고 나가자. 좋은 회사를 다닐 때 결혼해야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야', '한 번만 더 승진하자. 그러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갈 수 있잖아'와 같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은 생각들이 퇴사를 더 '불안'하게 만들곤 했다.
생각에 잠긴채 수많은 사람들의 불안들이 덕지덕지 붙여진 불안의 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깨달아지는 바가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나에게 후회가 없는 불안을 선택해야겠다는 것. 불안이라는 감정을 두려워하는 자가 아니라, 어떤 불안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내 삶의 주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나의 인생의 목표와 꿈에 솔직해져야만 했다.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만 안주하면 꿈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꿈을 향해 도전하지만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선택이 나에게 더 후회가 없는 불안인가?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어떤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나에게 솔직해지니 가야할 길은 명확했다. 선택 앞에서 그 어느때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나에게 더 후회가 적은 불안을 선택했다. 그렇게 2022년 2월, 정들었던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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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와 관련한 더 솔직한 생각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53Gp73B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