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신, 그리고

2019년 10대 사건 #010

by 회사원 장규일

2019년의 10대 사건, 그 마지막은 아내의 임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가슴 벅찬 일이면서, 동시에 제게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드네요.


10. 아내의 임신, 그리고.


‘나는 아빠가 될 자격이 있나?’


작년 겨울 아내가 임신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통해 조그마한 태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던데, 기분이 너무 좋으면서도 한 편으론 묵직한 무언가가 자리 잡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고 내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자라 지금의 나와 같은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을까 까지 생각이 흘러가다 보니 어느 순간 자꾸 도망가고 싶어 졌다.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키우다니. 과연 내가 이 일생일대의 퀘스트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를 묻고 또 물어봐도, 답은 미궁 속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내 자식이 자기의 삶을 오롯이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욕심을 버리고 객관적이고 따뜻하게 자식을 응원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내 생각과 철학을 자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고성이나 체벌이 아닌 대화를 통해 오래도록 노력할 수 있을까?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 한 아버지가 늘 자식 생각에 식사를 할 때마다 음식물을 흘린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딱 그 꼴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부모가 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180도 다를, 새로운 세상에 태어날 내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멋지게 살아가길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딱풀아, 그럼 여름에 만나자. 그때까지 엄마 뱃속에서 잘 놀고 있으렴.


안녕!


#2019년10대사건 #아내의임신_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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