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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May 16. 2020

노트와 볼펜

장규일의 B컷 #035

한 달에 한 권 정도 약 200page 짜리 노트를 글자로 채우고 있다. 


출근하고 나면 습관처럼 노트를 펴서 날짜를 적고 오늘의 할 일들을 적고, 회의나 미팅에서 오가는 대화를 남기고, 문득문득 지나는 생각들이 휘발되기 전에 급하게 휘갈긴다. 컨디션이 좋으면(?) 주말에도 노트에 쉼 없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 글자들을 적는다. 


글씨는 나 밖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발새발이고, 하나의 문단 속에 비문이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적고 비워내고 나면 뭔가 모를 안정감이 든다. 뭔가 펜으로 노트 위에 수다를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유별한 성격처럼 노트나 펜에 있어서도 개인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인데, 수 차례 도전했던 만년필은 이미 손을 떠난 지 오래고 노트 역시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써봤지만 결국 한 두 브랜드로 귀결되었다. 펜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유성 볼펜이, 노트는 내지가 두꺼운 것보단 얇은 게 좋다. 볼펜으로 눌러쓴 자국이 뒷 면에 불룩하게 보일 정도로. '쉬릭~'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장으로 노트를 넘겨 손바닥으로 누를 때 손 끝에 우둘투둘한 그 자국이 함께 걸리는데 글을 적을 때 그 손끝의 안간힘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재밌다. 


에버노트부터 노션까지 수많은 툴들, 이른바 생산성 도구들을 경험해봤지만 내 생활 기록의 대부분은 종이 노트에 쌓인다. 그래도 구글 켈린더는 시간이 지나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글 신은 위대하다!)


최근 정부의 재난 기부금이 카드에 들어왔을 때도 아내에게 제일 먼저 했던 이야기가 '노트 몇 권 사면 안 되냐?' 였으니, 내 일상에 노트와 볼펜이 없는 건 (내가 쓰고 싶은 노트와 볼펜이 없다면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일종의 재난 상황과 맞먹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앞으로도 나의 노트와 펜으로 나의 업무 기록과 생각, 쓸모없는 잡다한 기록을 한 가득 남겨야지.


#장규일의B컷 #노트와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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