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36
대학 졸업 후 첫 회사 생활을 했을 무렵에 나는 스트레스에 꽤나 취약했었다. 손에 익지 않았던 업무들로 지적받기 일쑤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걸리적거리기만 했던 존재였다. 상사의 강압적인 지시, 거래처의 불손한 태도, 실시간으로 순서 없이 터지던 각종 사건 사고들. 모든 게 다 성가셨고, "너무 힘들고 지친다.", "짜증 나 죽겠다."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내게 이런 일을 발생케 하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나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큰 착각 속에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 뒤섞인 감정을 걷어내는 방법을 배웠고, 매일매일 내 심리 상태를 바라보고 그에 따라 차분히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설령 지금 상대방의 잘못이 대부분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흘려보내고 다시 내 일과 삶에 집중하도록 애썼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일상은 버겁고 내 주변엔 늘 불필요한 감정들이 덕지덕지 붙은 말들이 둥둥 떠다니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다 내 마음속에서 벌어진 것임을 지난날의 그 착각을 벗어나야 함을 알게 된 이후론 조금은 더 편해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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