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37
나는 손톱을 잘 못 깎는다.
십수 년을 깎았음에도 거의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걸 보면 이 쪽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강하게 믿고 싶다).
굵은 손가락에 안 어울리는 작은 손톱, 게다가 손톱은 또 얼마나 얇은지 자르다 깨지는 경우도 적잖다. 다행히(?) 손톱을 속살 가까이 닿을 정도로 '바싹' 깎아도 괜찮은 편이라 그나마 낫다. 그저 바짝 깎기만 하면 얼마 동안은 내 어설픈 실력을 보지 않아도 되니깐.
그러다 문득 손톱 끝이 어딘가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자라난 손톱은 틀림없이 어딘가가 모가 나있다. 어떨 땐 왼쪽이, 어떨 땐 오른쪽이 저번보다 더 튀어나와있다.
'탁.. 탁..'
거슬리던 손끝에 어느새 내 이빨이 닿아있고, 더 늦기 전에 손톱깎기를 찾아 자르기 시작한다.
들여다보고 또 재가며 잘라내 본다.
'톡, 탁...'
그래도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계속 깎다 보니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깎을 수 있는지, 어떨 땐 과감하게 어떨 땐 정교하게 자르면 되는지 정돈 알게 된 것 같다.(정말 장하다, 장해.)
그래도 손톱은 관대하다.
이번에 실패해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음 기회를 주니깐. 흡족 하진 못해도 적어도 얼마간은 잊고 살 수 있게 해 주니깐.
언젠간 스스로 만족할 만한 그런 결과물(?)이 나오겠지.
아니면 어떤가.
#장규일의B컷 #손톱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