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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Oct 24. 2021

산사태

장규일의 B컷 #048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는 아이가 겪을 힘듦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본인의 모습에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아이의 하원 시간, 내가 누른 어린이집 초인종 소리에 우르르 달려 나온 아이들은 눈앞의 남자 어른이 본인의 아빠가 아님을 깨닫곤 내게 안겨 떠나는 친구를 보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간다.


이 땅에 아이를 낳고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모든 부모들은 매일 아침마다 죄인이 된다. 


서로를 위해서 그런 거라 마음속으로 외치며, 꽉 잡은 두 손을 놓는 헤어짐을 택하길 수 차례.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이젠 무덤덤해졌다고 믿었건만,

돌아서는 내 등 뒤로 산사태처럼 쏟아지는 아이의 눈빛을 느낄 때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싶다.


몇십 년 전 내가 모르게 느꼈던, 

지금 내가 너무나도 가슴 시리게 느끼는 이 불안함과 먹먹함.


새근거리며 잠든 아이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눈에 밟힌다.


#장규일의B컷

#산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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