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49
나이가 들어가면서 에너지가 줄어듦을 느낀다.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든다고 할까? 예전엔 잠을 좀 더 줄이고, 조금만 더 내 몸을 갈아 넣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었던(그렇다 믿었던...) 것들도 이젠 쉽사리 몸이 나가질 않는다. 설령 지금 그렇게 해낸다 해도 이후 내가 겪어야 할 반작용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들었다.
"제 나이가 이제 마흔 중반이 넘었는데요. 사십 이전의 삶은 나의 단점을 커버하고,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삶이 었다면, 이제는 내가 잘하는 것을 유지하고 가다듬은 데 제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더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때문에 더욱더 신중해지고 뭔가를 하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곤 하네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함께 지나던 어느 책에 있던 글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지 않는 나태함을 경계해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에 용기를 내어 도전하라. 그것이 삶의 지혜이자 운명을 바꾸는 원리이다.'
후회가 남지 않는 삶, 아니 적어도 보람의 총량이 후회의 총량보단 큰 삶이 되려면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고민하고 어디에 쏟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가지를 솎다보면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도 하나둘씩 정리해야 하며, 그 속에는 내가 너무 좋아했던,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욕망의 찌꺼기들이 있을 수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불필요함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에 대해 고민하고 남은 삶의 방향을 하나둘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현명하게 늙어가는 방법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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