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50
코로나로 시작해 여전히 코로나 끝나가는 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짧은 글 하나 쓸려고 노트를 폈다 접었다.. 팬을 꺼냈다 닿았다.. 애꿎은 커서와 텅 빈 화면을 보며 미루고 또 미뤘다.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 내 생일이기도 한 오늘, 나의 21년을 짧게나마 훑고 끝내보자.
현재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회사의 주요 서비스가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 합류해 2년을 넘게 있다 보니 이젠 고인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떤 상황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기보단 '예전에 어땠냐면…'하고선 오래된 기억부터 꺼내기 바쁘다.
운영팀 매니저로 시작해 반년 이상 운영 기획팀 팀장 업무를 맡아 팀을 꾸리고 여러 가지를 맡다가 올해 말에 운영 지원팀 팀장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손에 익은 일과 새롭게 받은 일이 절반이다. 지원 일을 맡으면서 CS 쪽 업무가 추가되었는데, 고객의 컴플레인이나 사고 관련 업무를 다루게 되었고 다소 서툴고 어색하지만 나름 이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스타트업 특성상 늘 새로운 업무를 맡을 상황이 오고(... 본인이 나설 수도 있다.), 이 경험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운영으로 시작해 CS, 사고 처리 등을 맡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공교롭게도 서비스 기획이다. 운영을 효율화하고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업스트림, 해당 서비스의 상류를 제대로 설계하고 또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로 생각이 이어지더라. 내가 속한 회사에 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함께 다루는 곳이다 보니 개발과 앱 기획 등에 대한 경험을 어깨너머로 할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한 거라 본다. 22년에는 본업을 좀 더 다루면서 동시에 서비스 기획, 개발 등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차근차근 다뤄봤으면 한다. (제발…)
올해 늦가을 즈음 이사를 했고, 육아 휴직을 하던 아내는 복직을 했다. 딸아이는 새로운 거처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여름 즈음까지 생활의 축이 회사> 개인> 가족이었다면, 늦가을부터는 가족>>>>회사> 개인 정도로 변했고, 체력과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짐을 느꼈다. 아이는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때를 쓰고 울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는 이를 잘 소화하기 위해 각자의 시간을 쪼개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적응할만하면 귀신처럼 아이는 코를 훌쩍였고, 폭포수같이 콧물이 흐르고 열이 나곤 했다. 이렇게 휴가를 쪼개서 자주 써본 적도 처음이다.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고, 도중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자신이 없긴 하다.
그래도 그녀가 우릴 엄마, 아빠로 불러주는 한 나와 아내는 없던 힘도 짜내 가족을 위해 회사로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고, 부리나케 돌아와 배우자와 아이를 돌봐야 한다. 아마 몇 년간은 이런 생활이 계속될 거 같지만 그래도 이게 가족 아니겠는가.
앞에 언급한 두 가지 요인이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올 한 해 많이 늘어났고, 변동성도 커져서 적응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부족한 시간과 체력은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었는데 나의 결론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의 대대적인 조정이었다.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와서 아내와 육아 바통터치를 하고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돌보는 일을 하고, 그 이후 남은 업무나 운동 등을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다 보니 예전처럼 누군가를 만나 어떤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22년에도 올해와 크게 기조가 바뀔 거 같진 않은데, 좀 더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가다듬는 그런 시간으로 채워가는 데 남은 에너지를 더 집중하지 싶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좀 더 담백하고 명료하게 내가 가진 생각들을 글로 적어낼 수 있도록 부지런히 펜과 키보드를 만지작 거릴 수 있길 바라본다.
#장규일의B컷 #2021년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