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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Feb 24. 2016

#퇴근후디제잉 #24

큰손정육식당 No.24 피혜남 인터뷰 1부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겹쳤다. 거기에 슬럼프까지 겹쳐 몇 주째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미 진행했던 자료들의 정리도 더디어만 갔다. 거의 한 달만에 돌아온 #퇴근후디제잉 인터뷰 프로젝트. 더 늦기 전에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고,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디제잉, 전자 음악 씬에 꽤나 묵직한 돌직구를 연신 던지시던 이번 인터뷰어와의 2회에 걸친 인터뷰,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음악 깍둑썰기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드디어 모셨네요. 소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피혜남(이하 피): 안녕하세요, 피혜남이라고합니다. 인터뷰는 잘 안 해봐서 굉장히 쑥스럽네요.

P: 제가 본 게, 아마 SNS에 있던 사진이었어요. 어떤 식당에 디제이 장비가 있는 사진이었던 것 같네요.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어떤 분 인지 한 번 꼭 뵙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모셨네요. 최근 타임라인을 보니 마스터 세프 코리아에도 나가신다고 들었는데요?

: 네, 제가 안산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뭐 큰 기대는 안 해요.

P: 디제이 한다는 이야기는 작가 분께 따로 안 하셨나요? 굉장히 이색적일 것 같은데요. 아무튼 인터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공이 요리 쪽 이신가요?

: 네, 어릴 때부터 계속 요리를 했었고, 지금까지 그게 이어져 오고 있어요. 

P: 본인의 식당을 운영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곳에서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면서 왔었거든요. 일종의 집시처럼요. 그러다 부모님께서 식당을 여시고 선 저를 부르신 거죠. 제 친 형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 음식 쪽은 제가다 맞아서 하고 있어요. 원래 요리사인데, 고깃집이라 그런지 계속 고기만 썰고 있는 거 같아요. ㅎㅎ

P: 꼭 한 번 식사하러 가보고 싶네요! 이쪽 업계 일하시면서 전자 음악, 디제이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 원래 고등학교 땐 완전 락 키드였고 재즈에도 빠져 있었어요. 그러다 핫 뮤직이라는 잡지에서 케미컬 브라더스라는 팀이 ‘일렉트로닉  락’이라는 타이틀에 음반을 낸 걸 봤었어요. 아마  그때 제가 처음 전자 음악을 만나게 된 거라고 봐요. 덕분에 전자 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게 되었죠. 그렇다고 따로 장르를 편식 하진 않았고 다양한 장르로 계속 넓혀왔던 것 같아요.

P: 그럼 디제이는 언제부터 하시게 된 거죠?

: 예전부터 쭉 생각은 했었어요. 북방이나 디스코 익스페리언스 같은 초창기 로컬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장르를 가리진 않는 편이라, 많은 클럽에 갔던 기억이 나요. 제가 사운드에 관심이 많다 보니 프로 디제이 분들과도 더 교류하게 되고 지금까지 친분을 쌓으면서 온 것 같아요

P: 그럼 디제이를 학원이 나 레슨을 통해서 접하셨나요? 아니면 당시 교류하던 디제이에게 배웠다던지요.

:제가 시간이 항상 야간 밖에 안 되고, 집도 경기도 쪽이고 해서 학원이나 레슨 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는 지인 분에게 1달 정도 비트 매칭을 배웠어요. 누구에게 배운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네요.

P: 아, 그럼 그 이후에는 따로 장비를 구매하셔서 혼자 연습하신 건가요?

:그런 셈이죠. CDJ 350으로 시작해서 계속 조금씩 업그레이드도 하고, 다른 장비 들도 채워가면서 혼자 연습했어요. 한 달 정도 배운 레슨에서는 ‘비트 매칭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다’ 정도만 배웠어요. 

P: 식당일 하시면서 밤에 따로 시간 내셔서 계속 디깅 하고, 연습하는 룹(Loop)을 거신 거네요. 그럼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작년 4월인가? 그때 처음으로 무대에 섰었어요. 개인적으로 디제이 곤이라는 분을 좋아하고  서포트하던 차에, 그분께서 제 믹스 셋을 한 번 들어보겠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렇게 교류를 하면서 한 분 한 분 더 알게 되고, 디제이 바가지 형님 소개도 받고 몇 번 공연을 하게 됐죠.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도 매일 하루에 1-2시간은 집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제가 사는 곳이 경기도 쪽이고 서울로 넘어가기가 쉽진 않아서, 조금씩 멀어진 것 같아요. 

P: 상황이 그래서 더욱 아쉬우시겠네요.

:꼭 그렇진 않은데 ㅎㅎ 사실 저는 남들 앞에서 음악을  플레이해야겠다는  것보다는 리스닝의 연장 선상에서 디제잉을 바라보는 입장이었거든요. 제가 알고 싶고, 듣고 싶은 음악을 좀 더 잘 향유하고 싶다는 그런 순수한 접근 말이죠. 그렇게 하는 게 더 오래할 수 있고, 제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리하면 마음에 드는 음악을 디깅 하고 계속 플레이를 해보는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아요.

P: 음악이란 큰 흐름 속에 디제잉이라는 단계가 있었던 거네요. 혜남 님 입장에서 봤을 때, 요즘 씬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많은 분들이 씬이 변해가는, 그리고 왜곡되는 모습들에 대해 즐거워하기도 하고, 일종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는데요?

: 그냥 다양한 유형들이 공존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쁨 , 좋음 , 모든 것들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지 사람들이 좋고 나쁨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고 더 나은 씬의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래는 항상  밝습니다!’라고 평소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그냥 보이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한 번쯤 더 생각해보는 게 좋겠죠.


많이 들으세요, 그리고 생각하세요.


P: 주변에서 디제이를 해보고 싶다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은데, 혜남 님께서 그럴  때마다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면요?

: 음악을 많이 들으세요. 그러고 나서 생각하세요.

P: 근데, 그 음악을 많이 들으라는 기준이 처음 배우는 사람에겐 약간 막연할 수 있거든요.

: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건… 음… 공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리 뭐라 하고 지적해도 안 하는 사람은 안 하잖아요. 음악 듣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굳이 말 안 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잘 들어요. 저도 처음엔 뭘 어떻게 들어야 해야  하는지 몰랐던 적이 많거든요. 하우스를 듣다가 테크 하우스로 넘어가면서 테크노에 대한 관심을 생겼었거든요. 아시겠지만, 테크노라는 장르가 구성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제 생각엔 전자 음악 장르 중에서는 가장 21세기 다운 음악이라고 봐요. 처음엔 사운드 클라우드부터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면서 소스들을 찾기 시작했죠. 홍수처럼 쏟아지는 음악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근데 그게 재미죠. 

P: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느냐 아니냐?

: 내가 디제잉을 하는 거면, 이런 디깅이 덤이 되고 플러스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직장인 디제이 분들과 규일 씨에게 꼭 묻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P: 어떤 건가요?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ㅎㅎ

: 많은 대중들 앞에서 호흡을 한다는 거… 그러니까… 대한민국에 플로어 그냥 놀러 오신, 음악을 잘 모르는 손님들 이랑 호흡을 할 수 있는 디제이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P: 음…. 재미있네요. 혜남 씨 답변으로  대신했으면 좋겠네요. 좀 더 들려주세요.

: 경력이 10년 이상된 레지던트 디제이들이 한산한 클럽에서 플레이하는 걸 보신 적 있으세요? 정말 플로어에 사람이 한 명도 없이 시작해서, 사람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채워 넣어요. 말도 안 되게…

P: 음악으로만?

: 그렇다고 되게 센 음악을 틀거나, 기본적으로 집객이 다 돼서 처음부터 달리는 그런 곳도 아닌 곳에서 말이죠. 그렇게 계속 사람들을 불러 모우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디제이는 국내에 몇 명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제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결과만 이야기하는 거라 정확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요.

P: 묵직한 돌직구네요.

: EDM 류의 음악, 페스티벌은 이미 집객이 되어 있잖아요. 거기서 약간 인원이 빠지면 빠졌지. 그렇지만, 텅 빈 플로어에 처음부터 한 명씩 모아서 많은 인원을 직접 음악으로 컨트롤하는 그런 디제이를 많이 보진 못했어요. 

P: 그런 것들이 진정한 완급조절이네요. 

: 그런 상황에서 그 정도까지 관객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실력 있는 디제이죠. 그런데 요즘 대중들은 그렇게 까지 음악에 관심은 없으니깐요. 사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모습이 있을 거라곤 꿈도 안 꿔요. 뭐 다 아시잖아요. 이대화 씨 책자에 보면 하우스 음악의 역사에도 논한 글 중에 클럽씬은 마약, 섹스는 항상 공존해왔어요. 한국에서는 그게 불법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직접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클럽에서 눈에 쌍라이트를 켜고 음흉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분들은 자주 보죠. 하이에나 처럼... 

P: 이런 모습 자체를 굉장히 우려하시는군요.

: 네, 저는 그런 문란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이 이 씬에서 벌어지는 거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비판하는 입장이에요. 십분 양보해서 그런 게 외국에선  당연시되는 방법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우리나라에 지켜야 할 법이 있고, 규율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면서 까지 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봐요.  

P: 네, 아무래도 점점 그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긴 합니다만…

: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들리는 이야기도 너무 많고, 그래서 반감도 더 커지고 그래요. 그리고 대부분 게을러요. 냉정하게 말해서, 저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디제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씬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요.

P: 이런 악 조건 속에서도, 본인이 유심히 보거나 대단함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요?

: 음…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저는 바가지 형님을 좋아해요.  그분이 작년에 비트포트에 정식으로 릴리즈 한 트랙만 40 몇 트랙 돼요. 

P: 진짜 뮤지션으로서 성실, 그 자체네요.

: 네, 그렇다고 집에 박혀서 음악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행사도 뛰고 할 거 다 하거든요. 화성학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다고 들었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참 멋진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가 자기 일에 얼마나 매진하느냐를 보고 평가하는 편이거든요. 정말 프로라고 생각하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트랙이라도 많이 뽑아내던지, 아니면 활동이라도 열심히 하던지 말이죠. 결과물 없이 시간 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들로 인해 이 씬에 어떤 악영향이 오는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뭔가 다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랄까. 이 씬이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본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P: 그러지 못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셨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닐까요?

: 많이 봤죠. 인터뷰에 못 다할 지저분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바이닐 콜렉터라 그런지, 주변에 그런 분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부러워요.  그분들은 정말 순수하게 그것만 봐요. 

P: 말 그대로 음악, 그 자체만을 놓고 즐기는…

: 그런 분들끼리 만나면 무슨 이야기 하시는 줄 아세요? 예를 들면, 누가 “내가 요즘 아프리카 소울에 관심이  많아”라고 하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판을 자랑을 하면, 반대 편에서 이를 갈면서 본인도 자기 컬렉션을 보여주면서 막 경쟁하고 그래요. 그렇다고  그분들이 폭음을 해가면서 언성을 높이느냐?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분들은 술도 잘 안 해요 ㅎㅎ 맥주 한 두 잔 하면서 음악 틀어놓고 밤새 음악 이야기만 하고 즐겨줘.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이 씬에 순수성이 남아있는가 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들죠. 물론 그게 일이 돼 버리면 취미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이해해요. 

P: 혜남 님은 디제이로서 좀 더 욕심을 내보셔도 괜찮으셨을 텐데요.

: 저는 내가 디제잉을 알게 되면서, 클럽에 상주해서 플레이하는 레지던트 생활이라는 게 없으면 내가 원하는 단계로 다다를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일찍 접었어요 ㅎㅎ 저도 요리사로서 칼질을 10년 이상 해봐서 알지만, 주변에 10년 이상 요리,  칼질했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칼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사람 정말 많거든요. 물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요리사이지, 디제이가 아니에요. 제가 지금부터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거나, 전자 음악 관련 학과를 지원한다고 해도 제게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싶어요. 처음 생각처럼, 리스닝의 연장으로 디제잉을 바라보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가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이 씬에 있으면서 인간적인 아쉬움도 많이 느끼기도 했고요. 

P: 그래도 본인의 뜻을 알아주고, 같이 할 수 있는 크루나 단체를 만들어봄 직도 했을 텐데요?

: 제가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저야 되고, 거기에 얼마만큼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서, 굳이 그렇게 하는 것 보다, 혼자 집에서 즐기는 걸 선택한 거죠. 그게 속 편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디제잉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예외는 있으나 대부분 자신의 커리어를 멋지게 보여야 되는 사람들이라, 같이 으쌰 으쌰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냥 저는 지금처럼 혼자서 즐기는 게 제일 이상적인  듯해요. 아직 요리로 무언가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적으로 열려있는 사람들이 많이 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새로운 장르나 사운드를 만나면 보통 이질감을 많이 느끼고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피혜남 님과의 이야기는 2부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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