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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디제잉 #26

월간 클럽(C.L.U.B) No.26 김박영 인터뷰 1부

by 회사원 장규일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직장인 디제이, 이 말 자체가 가진 고정관념이 언제부턴가 꽤 단단하게 굳어지는 느낌이 든다.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퇴근 후 디제잉.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며, 이 씬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 애쓰는 많은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번 인터뷰 또한, 직장인 디제이로서, 월간 클럽이라는 재미있는 단체를 만드신 멋진 분의 이야기다.


꿈을 향한 집착, 그게 바로 나.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본인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김박영(이하 김): 안녕하세요, 월간 클럽을 이끌고 있는 김박영이라고 합니다.

P: 네, 반갑습니다. 매번 인터뷰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지만, 드디어 뵙네요. ㅎㅎ 시는 일이 어떻게 되시나요?

: 저는 서버 프로그래머로서 2년 정도 일하고 있어요.

P: 이번이 첫 직장이신가요?

: 아니에요. 제가 원래 조경 설계하다가 업종을 변경했거든요.

P: 디제이를 알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 제가 지금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서 일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쳤어요.

P: 네? 일종의 오디션 같은 건가요?

: 네, 회사에서 주최한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죠. 6개월 간 시험을 치면서 통과하게 되면 가산 점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이죠. 20대부터 저는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걸 목표로 삼고 달려왔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게 이 곳에 입사하는 거였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사업하다가 사기도 당해보고, 따로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보고, 다들 말하는 중소기업도 다녀보고 그랬죠.

P: 지금 직장을 위해 돌고 도신 거네요 ㅎㅎ

: 그런 셈이죠. 저는 꿈이란 단어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에요.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익숙지 않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계속 시험을 치렀어요. 마지막까지 남아서 결국 입사를 하게 되었죠.

P: 굉장하네요. 고생이 대단하셨었겠네요.

: 네, 제가 그렇게 꿈꿨던 회사에 들어가고 보니 아이러니한 게, 꿈이 현실이 된 거잖아요. 그 이후로 너무 공허한 거예요. 뭔가 다음이 안 보인다 할까요.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요.

P: 아니에요. 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스스로 굉장히 많은 걸 도전하고 살았는데, 왜 나는 즐길 취미도 하나 없을까?' 하는 생각이요. 참 우습죠.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물었죠. 내 취향에 맞는 것만 찾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 주변 친구들을 도와줘 보자고 생각했어요.

P: 이번엔 친구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ㅎㅎ

: 그런가요? ㅎㅎ 제가 하지 않았었던 것들, 예를 들면 팟 케스트를 진행이나, 요리, 미니카 대회 같은 걸 같이 해봤죠. 한 번은 팟캐스트를 하다가 음악을 한 번 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디제이처럼요.

P: 그렇게 첫 무대를 ㅎㅎ

: 당시에 저는 디제이가 뭐하는 지도 몰랐어요. 말 그대로 흉내 낸 거죠. 결과는 말 그대로 실패였죠. 그런데…

P: 반전이?

: 지금껏 지내면서, 제게 성공한 경험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디제잉은 말 그대로 실패를 하고 망신을 당했음에도 궁금하고 더 알고 싶었어요. 처음이었어요. 그런 기분은.

P: 혹시나 기억 속에 숨어있던 음악적 경험이 발현된 건 아닌가요? 예전에 음악을 하셨다던지..

: 기억해 보면…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들으셔서 그런지 저도 자연스럽게 빠져들었죠. 용돈을 받으면 음반을 사서 모우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누구나 다 음악을 저처럼 빠져서 듣는 줄 알았어요. 음악을 많이 들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요로 해결되지 않았던 그 갈증을 풀기 위해 점점 취향이 넓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도 디제잉을 배우고 조금씩 연습하면서 느낀 건데, 예전부터 제가 좋아했었던 음악들이 일렉트로니카 계열에 가까웠구나를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관련 장르의 뮤지션에 대해 알게 되고, 더 세세하게 카테고리가 정리되었어요.

P: 본인의 또 다른 모습을 음악에서 발견하신 거죠.

: 네, 그렇죠. 사실 디제잉을 배우기 전에도 기타도 조금 배워보고, 노래하는 동아리도 들어가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인지 많이 아쉬웠어요. ‘나는 아직 기타도 못 치면서 왜 혼자 피아노, 하모니카 다 하면서 노래 하나를 사유하고 싶은데, 왜 안 될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차에…

P: 디제잉이 나타난 거군요.

: 네. 디제잉을 배우면서 제 스스로 음악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야니 아시나요? 예전에 그 뮤지션의 공연 실황을 보면서 정말 좋아한 적이 있었어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큰 규모의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초보자인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끼다 보니, 불타올랐다가도 이내 포기한 거 같아요.

P: 어떻게 보면 음악을 대하는 것에서도 본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네요. ㅎㅎ 일종의 성취, 과제로 보고 목표를 정해놓고 가시는…

: 그럴 거예요 ㅎㅎ 그러다 디제잉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죠. 디제잉이라는 것도 일종의 악기인데, 연주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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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디제잉은 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하신 건가요?

: 네, 레슨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학원으로 가서 시작했죠.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는데, 저는 처음에는 컨트롤러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CDJ를 알게 되면서 좀 더 욕심이 나더라고요.

P: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셨군요. ㅎㅎ 이제 월간 클럽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굉장히 특이한 단체던데요.


저 정말 진지해요!

: 네, 직장인들이 처음 디제이를 배울 때 항상 강사에게 하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 정말 진지해요”

P: 손발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ㅎㅎㅎ

: 저도 그랬지만, 직장인 분들이 디제잉을 배운다는 게, 시작 자체가 엄청난 결심으로 하는 거잖아요. 곡을 검색하고, 디깅 하는 법을 배우고 디제잉 체험을 하면서 굉장히 행복했었어요.

P: 주파수가 맞은 거죠. 진지하게 ㅎㅎㅎ

: ㅎㅎ 네네, 꼭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진지하게 강사 분에게 이야기했어요. ㅎㅎ 지금은 초보라 허접하지만, 앞으로 계속 디제이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P: 강사 분이 대답이?

: 정말 딱 잘라서 그러셨어요. ‘네가 지금 나이도 있고, 얼굴도 굉장히 잘 생긴 것도 아니라서 직업적으로 할 수 없다고요.’ 정말 열심히 하면 라운지 정도 설 수 있을지도 모른라고 하시면서, ‘네가 직장 다니듯이 그 사람들도 직업으로서 죽을 듯이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반인들도 취업 준비하면서, 빡세게 하지 않냐고, 똑같은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만약 네가 직접 무대에서 틀고 싶으면 네가 씬을 만들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P: 자기만의 씬을 만들어서 자기만의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만들어라?

: 네, 제가 개인적으로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순간 이 이야기가 제게는 창업과 같다고 느껴졌어요.

P: 강사는 불가능하다고 나름 진지하게 말하려고 한 것 같은데, ㅎㅎ 박영 씨는 그걸 도전 과제로 설정하신 거네요?

: 그런가요? ㅎㅎ

P: 대부분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를 하면, 반문을 하거나, 다음에 작은 무대라도 설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하는데… 아예 다르게 본 거네요.

: 네, 제가 창업에 관심이 많고 하고 싶었는데,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창업이라는 것을 씬으로 놓고 보면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전에 제 기본 실력도 쌓아야 했기에, 학원 행사에도 참여해보고, 지인이 하는 파티에서 음악을 틀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돈을 모와서 CDJ를 사게 되었는데 그 시기에 펍을 하시는 사장님 분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이 제게 무대에 서 볼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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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오, 굉장히 좋은 기회가 왔었네요.

: 그렇죠. 나름 시간당 페이도 있다고 들었고, 하우스 셋 준비해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음악을 틀기 시작했어요. 아마 한 달 틀었나? 제가 그분께 제가 이 곳에서 정식으로 인정받고 계속 음악을 틀 수 있는지 물어봤죠.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비트 매칭을 지적하시더라고요. 비트 매칭이 잘 안돼서 좀 더 제대로 해야 정식으로 생각해보겠다며 미루시더군요.

P: 뭔가 냄새가 나는데요…

: 물론 그분이 보시기에 제가 실력이 없을 수도 있고, 실제 비트 매칭이 잘 안되었을 수도 있어요. 아마추어고 무대 경험도 많이 않았으니깐요. 그래도 전 저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믹셋도 짜고, 그분이 이야기한 타임도 다 채웠거든요. 근데, 계속 제 실력 지적을 하시면서, 지금 틀고 있는 디제이 무대 좀 보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무대도 보고 프로 디제이가 하는 것도 보고 왔어요. 그랬더니 “잘 봤지? 그래 더 열심히 하고, 다음에 보자” 하면서 가시더라고요. 나가면서 되게 서러웠어요. 나름 굉장히 노력했는데 말이죠.

P:…

: ‘직장인 취미 이상 정도에 판 이상을 내가 만들어 준 것 같은데, 아직은 네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P: 네 수준에 여긴 무리다?

: 그게 너무 화가 났어요. 직장인 취미 수준이라는 말. 직장인이 디제이 해서 어디 간다고 하면, 다 취미로 봐요. 나는 그걸 하기 위해 나름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말이죠. 물론 프로 분들에 비해선 부족하겠지만요. 어쨌든 그 순간 굉장히 서러웠어요. 그런데 그 순간 든 생각이 ‘내가 직장이 없었으면 진짜 서러웠겠다. 도대체 현직 디제이들을 꿈꾸는 사람들은 직장도 없이 이런 삶이 가능한 건가? 너무 서럽지 않나?’

P: 열. 정. 패. 이.

: 그런 상황을 겪어봐서 그런지, 저는 견습 디제이 이런 거에 돈을 안 주고 쓰는 문제 이런 걸 보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P: 잠시이지만 이 씬에 어두운 부분을 직접 경험하신 거네요.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하는 상황인데… 직장인 취미를 떠나서… 누구를 쓰든 페이를 지불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숙련도에 따라 급여를 올려줘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불편한 방식으로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 맞아요. 처음엔 그분이 저의 디제이 경력에 좋은 영향을 주실 분인 걸로 생각하고 리스 팩 하고 자주 찾아뵙고 그랬는데…

P: 이용당한 거네요.

: 그렇죠. 저도 뒤통수 맞은 거죠. 그 후에 가게를 안 나갔죠.

P: 말 그대로 잠수를 ㅎㅎ

: 그런 셈이죠. 서운하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했어요. 그런데 몇 주 후에 가게에서 다시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번 주에 일렉 디제이가 필요한데 올 생각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 순간 제가 그 제안을 뿌리칠 수가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가득 찬 플로어를 보고 싶은 생각도 했었고요. 근데 막상 그 날 가게에 갔더니 플로어가 휑하더라고요. 1-2명 정도 왔다 갔다 거리고 있고 말이죠.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음악을 틀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한 거예요. ‘저 사람들은 내가 여기에서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음악을 틀고 있는지 공감은 할까?

P: 음악을 틀면서 회의가 든 거네요...

: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저도 제가 디제잉을 하고 음악을 트는 이유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아요, 디제잉을 하면서. 직장인들 되게 힘든데, 이런 걸 찾고 발현하면서 행복을 찾길 바랬는데, 저도 직장인인데 이렇게 음악과 디제잉을 통해서 행복을 찾았고, 당신도 그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무대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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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나름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상황인데, 관객들은 그런 거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거죠.

: 그렇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내 지인들을 초대해 주고, 당신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꼭 디제이가 아니더라도, 내가 계속 그 길을 걸어가고 있고 행복을 찾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가 전달이 안 된다면 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쪽의 시스템이라는 게 아시겠지만, 가게 업주와 디제이 박스의 메인 디제이 사이에 관계에서 유지되는 거고 결국엔 페이, 돈 이잖아요. 그리고 그 메인 디제이와 인맥이 없으면 어지간해서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거고요. 직장인 디제이들이 이 씬에서 일종의 천덕꾸러기처럼 현업 디제이들한테 밥그릇 뺐든 사람으로 보일 바에, 차라리 직장인 디제이들이 씬을 만들어서 시장을 넓혀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거죠.

P:좋은 생각입니다. 동감합니다.


월간 클럽(C.L.U.B) 김박영 인터뷰 2부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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