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8시간 전, 아직 퇴근하지 못했다.

짐을 싸며 마음도 접기 위해

by 지썬

출국 당일, 이상하게 조용했다.

설레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휴가였고,

계획을 짜며 들뜨기도 했다.


그런데 묘하게 가라앉았다.

며칠째 밤을 새워 짐을 싸고, 일정을 정리해서일까.

몸이 무거웠고, 마음은 그보다 더했다.


휴가 직전까지 근무하는 날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화를 나누던 환자분이,

오늘은 임종면회를 받고 있었다.

가족들의 마지막 인사가 이어졌다.

오래 알고 지냈던 분이었기에 더 무거운 감정이 남았고, 커튼 너머로 들리던 울음소리와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렀다.


그날, 오래 입원하셨던 환자 세 분이 더 돌아가셨고,

또 다른 고집스럽고 예민한 보호자의 난리통까지 겹치니, 곧 있을 휴가가 썩 가볍지만은 않았다.


퇴근길은, 생각보다 오래 따라붙었다.

휴가가 절실한 하루였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그럼에도,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와 통화했다.

“감정 소모하는 시간도 아깝잖아. 여행 가. 다 털고 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가방을 닫고, 마음도 반쯤 접었다.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이제, 이곳을 떠난다.

남은 건, 비행기 시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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