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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Mar 08. 2020

내가 물려줄 유산

아이들 앞에서 찬물 한잔도 못 마신다고 하지요. 오늘 아침 다섯 살 둘째 아이가 세 살 셋째 아이에게 야단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 싫으면 네가 가서 사와!" 그 말을 듣고 제가 뱉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어제, 약속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마스크 색깔이 마음에 안든다며 마스크를 끼지 않겠다고 투정 부리는 첫째, 둘째에게  저는 "마스크 하나 쓰는 것도 왜 이렇게 힘드냐! 그렇게 싫으면 네가  마스크 사와!"라고 한 저의 언행에 대해 한번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뿐 아니라 길 가는 어른들의 행동,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장면 장면을 모두 유심히 봅니다. 첫째 아이가 제게 "빨간 불인데 왜 오토바이가 그냥 가?", "중국에서 코로나가 생겨서 중국 가면 죽는데", "아빠는 뚱뚱해서 살 빼야 해."등의 말을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쩜 이리도 다 기억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의 삶이 있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길로 가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 여깁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태도"입니다. 어떤 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냐,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냐. 그것은 부모의 훈육이나 좋은 책으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저 부모가 자기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 를 통해 아이들의 의식, 무의식으로 전달되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세상의 평화에 대한 가치를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저 스스로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스승과 부모는 천형天刑'이라는 말처럼 부모라는 자리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부족한 것 많고 소심한 제게 왜 아이가 세명이나 왔을까요.. 아마도 제 삶의 가장 큰 숙제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天刑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식들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이런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희 할머니는 솔직했고 자기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하셨어. 그리고 성격이 유쾌해서 함께 있으면 많이 웃을 수 있었어."


그렇게 되길 바라며..  오늘 더 많이 웃고, 살이 찌고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난 저에게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아름답다. 고생했다! 장하다!'라는 말을 건내봅니다.



"확실히 우리는 젊음에 집착하는 문화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젊지 않고 빛나지 않고 '핫'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거듭해서 세뇌당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왜곡하는 그런 관점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또한 결코 내 나이를 속이거나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행동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병리 현상에 이바지하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병 말이다.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인지 인정해야만 삶의 충만함 속에 깃들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나 자신을 부정하면서 내게 가장 좋은 삶으로 향하는 길을 걸을 수는 없다. 그 길은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인지하고 지금 머무르는 이곳 이 순간이 바로 내 것임을 주장함으로써만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중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돈 외에 무엇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은가요?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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