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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Jun 08. 2020

그런 날이 있다.

 칠 년 이렇게 그냥 그냥 살아왔는데

이렇게 살아온 것이 상처가 되는 그런 날이 있다.


내 곁에서 나를 아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왔는데

그 사람들이 짜증 나고 밉고 원망스러운 그런 날이 있다.


엄마아빠의 삶의 무게를 이해하며 젊은 시절의 그들까지 안으며 살아왔는데

엄마아빠의 짐이 왜 내게까지 왔냐고 울화가 치미는 그런 날이 있다.


이 얼굴, 이 몸뚱이도 만족하며, 이 정도 괜찮지... 하며 살아왔는데

왜 나는 이딴 신체적 조건이냐며 나의 온몸에 저주를 퍼붓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


괜찮은 척,

잘 살아온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너그러운 척,

행복한 척,

성숙한 척

의젓한 척..

하며 살아왔는데

그것들이 너무 버겁고 나를 짓이기는 것이 느껴지는 그런 날이 있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흘러가다 흩어져버렸다.

흘러가고 흩어지고 구름은 진짜일까?

구름에 아랑곳하지 않는 하늘만이 진짜일까?


이런 나도 저런 나도, 어떤 나도

모두 내 안의 나임을

문득 받아들이는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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