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역경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그것이 자신의 원형의 발현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당신은 삶의 핵심 전체와 목표를 놓치게 됩니다. 그림자를 직면하는 것은 외로운 일이며 자연스러운 운명의 과정을 통해 일어납니다. 당신이 가장 피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코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쳐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질 수 없습니다. 당신의 고통은 마법의 거울입니다. - 그것은 당신이 소유하고, 감사하고 받아들여야 할 당신의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고통을 피하려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오직 그때에만 그것은 당신에게 마법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유전자 키 47번 중-
이 글을 읽으며, 내가 가장 피하려고 하는 것, 나의 코앞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나의 매일,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바로 육아다. 아이 셋을 키우는 것.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수많은 투사가 된다.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으면 내가 맞는 것 같고, 아이가 누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면 내가 타인과 분리된 경험이 떠오른다. 아이가 작은 일에 울음을 터트리면 많이 울어서 엄마에게 혼났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이를 보며 느끼는 마음은 모두 사실 나를 향한 것이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용기 있고 지혜롭고 싶은 마음..... 처리되지 못한,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기억과 욕구들이 자식이라는 존재를 통해 튀어나온다. 더욱이 내겐 자식이 세명이나 있으니, 투사는 세제곱으로 튀어나온다.
코앞에 있는 나의 고통은 "육아"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나의 "그림자"일 것이다.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면 좋을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보일까?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해질까?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까? 의 욕구는 곧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사람들에게 나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있어, 나는 무식해, 나는 못났어...라는 나의 내면의 목소리의 반증이다.
내가 그리도 못났던가? 내가 그리도 나쁜 사람인가? 내가 그렇게 사회성이 떨어지나?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왜 그것을 이토록 욕망하는 것일까? 내 삶의 기준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을 때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 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부족하고 나는 항상 피해자가 된다.
유튜브 속의 햄연지씨를 보며 부자에다가 성격도 좋고 남편도 멋지고 노래도 저렇게 잘 부르다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며 서예지는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김수현이랑 연기까지! 놀면 뭐하니를 보면 나이가 나보다도 많은데도 여전히 예쁘고 당당하고 멋진 이효리... 나도 모르게 나의 기준은 밖으로 향하게 된다. 그 사람들은 그런데 나는? 점점점 나를 낮추게 되고 나는 못난 사람이 된다.
내 눈앞의 고통을 보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내가 무엇에 힘든지를 깊이 있게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용기가 필요하다. 그 고통의 근원은 무엇일까? 진실일까? 아니면 가상으로 설정해놓은 외부의 시선일까?
요 며칠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막 먹습니다. 계속 누워만 있고 싶어요. 명품 가방과 옷들을 찾아봅니다. 커피를 하루에 세네 잔을 마십니다. 이 모든 게 내 안에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 하는 무의식이 벌이는 행동들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려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때에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이 셋을 키웁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메여있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하루에 수십 번 들어야 합니다. 내가 정성스레 만든 반찬들이 외면당할 때가 많습니다. 7년 동안 아이를 키운다고 회사 휴직 중인 경력단절녀입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도 육아로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아이 키우는 사이 살이 찌고 머리는 희끗해지고 얼굴에는 주름과 기미와 피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내 인생입니다. 나는 햄연지도 아니고 서예지, 이효리도 아닙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마주하기 가장 싫고, 가장 고통스러운 장면들 속에 있습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그 불편한 것들 모두가 내 것입니다. 불편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제야 내 삶이 보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모습도 나만이 가진 장점도 보입니다.
"당신의 고통은 마법의 거울입니다. - 그것은 당신이 소유하고, 감사하고, 받아들여야 할 당신의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고통을 피하려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오직 그때에만 그것은 당신에게 마법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Q. 당신의 일상 중에서 가장 벗어버리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Q. 그것을 만날 때마다 "이 속에 내 인생이 있어"라고 마음에 새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