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일기를 썼다. 일기를 썼던 이유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었기때문이다. 잊혀지는 것이 두려웠고 무서웠다. 일상의 많은 것들이 소중했고 영원토록 담아두고 싶었다. 잠들기전 밤마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세세히 기록하다보면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일기는 나의 기록이었고, 나의 소중한 것들의 기록이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서도 그랬다.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잊고 싶지 않았다. 아기가 잠든 새벽마다 나는 "맘스다이어리"라는 어플에 일기를 썼다. 잠을 줄여서라도 나는 아이에 관한 것들... 그 모든 것들을 기록하려 애썼다.
어느 순간, 나는 일기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내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 것은... 일기를 쓰지 않는 날들이 쌓였을 즈음이었다. 내가 일기를 쓰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하고 싶은 기억, 소중한 순간을 왜 더 이상 기록하지 않는 것일까?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마음,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서 사그라들고 있었다. 나는 일기대신 무엇을 하고 있나? 유튜브를 본다.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이 지쳐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는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나는, 내가 나임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 유튜드 알고리즘이 이슬아 작가의 세바시 강연으로 이끌었다. 이슬아 작가는 글을 쓰면 내 마음에 공간이 많아 진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주변의 것에 무심했던 마음이 유심해진다고. 그리고 글쓰기는 사랑하는 것들을 불멸화하는 시도라고 했다. 작가의 말이 나의 어린시절 일기를 쓰던 그때를 소환시켰다.
그녀의 강의를 듣고... 나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에서 이제는 벗어나... 내 주변의 일상들을 사랑하고 불멸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싶어졌다. 셋째가 세살이 되니 이제 내 마음에 주변의 것을 돌아보는 공간이 작게나마 생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