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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Oct 13. 2020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첫째 둘째는 이층침대에서 잔다. 둘째가 일층에 첫째가 이층에. 둘째에게

"오빠가 좀 더 크면 오빠는 혼자서 자고 너는 동생이랑 이층침대에서 자게 하려고. 너는 이층에 동생은 일층에"

그 말을 들은 둘째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동그란 눈은 보이지 않고 웃음만 남는다.

"하하하하하하하"


자기 전 우리의 의식이 있다. 아이들이 침대에 누우면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고 표현을 한다. 첫째는 이층침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나를 기다린다. 둘째는 침대 안에 누워서 나를 기다린다. 둘째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침대 커튼에 달려있는 문을 똑똑 두드려야 한다.

"똑똑"

"누구세요"

하며 둘째가 일어난다. 눈이 사라지고 입꼬리는 올라간 채로.


오늘도 우리의 의식은 거행되었다.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첫째를 나는 꼭 안았다. 일곱 살임에도 여전히 보드랍고 여린 아이의 몸이 내 안의 사랑을 더 크게 만든다. 나는 첫째와 입에 뽀뽀를 하고 꼭 안으며

"사랑해,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오늘도 니 덕분에 행복했어. 고마워."

"엄마, 나랑 계속 살 거야? 할머니가 돼도?"

"네가 할머니가 된 엄마랑 살고 싶어 하면 너랑 같이 살게."

"응 그럼 나랑 같이 살자."

"그래 그러자"

"엄마, 하늘나라 가서도 나 꼭 찾아."

"응 꼭 찾을게"

"엄마 나 할 말 있어. 귀 대봐."

나는 첫째가 할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 귀를 간지럽히는 첫째 아이의 숨결과 함께 익숙한 단어들. 그 단어들이 내 귀를 타고 내 심장까지 들어온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첫째 아이가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을 때, 그때가... 다섯 살이었나 그랬다. 아이는 내게 죽으면 어떻게 돼?라고 물었다. 나는 가장 간편한 대답

"하늘나라로 가지."

"그럼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서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고, 그다음에 내가 할아버지가 돼서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

"응 그렇지."

"내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엄마를 못 찾으면 어쩌지?"

"걱정 마. 엄마는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찾을 수 있어. 엄마가 너를 꼭 찾을테니깐 걱정하지 마."

"응. 엄마 나 꼭 찾아줘."


나의 간편한 대답을 첫째 아이는 진심으로 다시 내게 대답했다.  나는 죽음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서워진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세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들을 만질 수 없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무섭다. 나는 죽음이 슬프다.


나는 오늘 밤에 잠을 자다 죽을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내일 불현듯 사고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언제 올 지 모르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며, 아이들에게 항상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말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온몸으로.... 사랑해사랑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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