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Robin

오늘은 나의 생일입니다. 예전에는 생일이 되면 설레고, 친구들과 생일 파티하고 술 한잔 마시고 놀 생각에 신나있었지만, 아이가 셋이 되고 나니 생일에 대해 둔감해집니다. 나조차 기억 못하고 있던 생일을 지인들이 기억해주고 문자로 축하해주니 뭔가 어색하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아빠 생일에 엄마가 미역국은 기본이고 불고기, 잡채 등의 요리를 큰 상에 가득 채우셨습니다. 그리고 친척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생일에는 본인이 직접 미역국만 끓이셨습니다.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도 없었고 아빠는 엄마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없으셨어요. 어떨 때는 우리 가족은 엄마 생일인 줄도 모르고 지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어린 나의 눈에도 마의 생일이 안쓰러웠습니다.


오늘 나는 미역국을 먹지 않았습니다. 내가 태어난 소중한 날임에도 소홀히 지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혼자 쓸쓸히 미역국을 끓이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엄마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봅니다. 태어난 날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있습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는 그런 나의 중요성이 점점 흐려집니다. 아이들의 생일은 며칠 전부터 고민합니다. 어떤 선물을 살지, 무슨 반찬을 해줄지, 어떤 친구들을 초대할지. 어떻게 하면 아이를 기쁘게 해줄지... 정작 엄마의 생일은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나는 남편에게 미역국을 끓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바쁘고 지친 남편에게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내 생일을 내가 챙기는 일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내 생일을 내가 챙겨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 커서는 친구들이 챙겨주었지요.


나는 자기의 본성대로 사는 것, 자기를 아끼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나는 생일을 자축하는 것을 쑥스럽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을 아끼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의하고 다녔던 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생일을 맞이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실제로 나는 나를 제대로 아끼고 있는지 바라봅니다.


사람들이 생일 축하한다며 미역국은 먹었냐는 말에, ‘내 생일을 잊고 있었다. 애 셋 키우면서 미역국은 무슨....’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진짜 마음은 미역국도 먹고 싶었고, 예전처럼 생일잔치도 하고, 폭죽도 터트리고 선물도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여기고 나의 마음을 모른 척했습니다.


자신을 아껴라,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어떻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자신을 자식 대하듯 아껴주고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내 자식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엄마는 압니다. 그래서 자식의 생일잔치를 멋지게 해주지요. 엄마인 나 또한 세상에 태어난 것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아이가 셋이라고 해서 37살이라고 해서 태어남이 축복이 아닐 수 없고, 덜 귀한 것은 아닙니다. 37년 동안 무사히 살아오고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나를, 우리 아이들보다 더 축하해 줬어야했습니다.


사실 나는, 나를 많이 아끼고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생일에 내 모습을 보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쓸쓸해 보여도 오늘 내가 미역국을 끓여야겠습니다. 안되면 미역국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겠어요. 나에게 좋은 선물 하나 사줘야겠습니다. 사고 싶었지만 초과된 생활비를 생각하며 사지 못한 신발을 오늘 주문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진심으로 생일 축하한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라고 말할 겁니다. 자신을 귀히 여기고 아끼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생일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요? 여러분의 생일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생일을 맞이 한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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