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꽉 쥔...

by Robin

아이들을 재우고, 빵을 꺼내 먹었습니다. 무알콜 맥주도 하나 땁니다. 뭔가 부족해 생라면을 부셔 먹었습니다. 살 찔까봐 저녁에 잘 먹지 않는 내가, 오늘은 나쁜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다 먹고, 이제훈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코바느질을 하다, 첫째 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 둘째는 매일밤 자다가 쉬를 합니다. 이사 오고 나서 기저귀를 떼자! 너도 이제 4살인데! 하며 기저귀를 뗐습니다.(사둔 기저귀를 다 쓴 바람에, 이참에 잘됐다 싶었지요.) 하지만 둘째는 매일밤 몇번이고 쉬를 합니다. 나는 매일밤 깊게 잠들지 못하고 몇번이고 깹니다.


첫째는 잠투정이 심합니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는 아닙니다.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잠이 드는 아이입니다. 오늘 유치원 하원 후에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 첫째의 울음이 빵!하고 터졌습니다. 아.. 시작이다. 잠투정의 서막이 올랐다는 그 신호를 보고 내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사탕으로 혹은 다른 간식으로 아이를 달래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너무나 버겁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갔기때문일까요? 왜 난 그냥 둘째에게 기저귀를 채우지 않나... 난 왜 우는 첫째에게 사탕을 주지 않았나...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4살 정도는 이제 기저귀를 뗐으면 좋겠다. 6살 됐으면 잠투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의 속도에 따라오지 못할 때 조바심이 생깁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하고 나에게 화살을 돌립니다. 내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 아이들이 어떻게든 나의 속도에 맞추길 강요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결대로 잘 자라길 나는 바랍니다. 하지만 그 마음 밑에 조심스레 숨어있는 다른 마음이 있습니다. 나의 틀로 규정한, 내가 바라는 아이들의 결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이런 내 마음이 어느샌가 가득차있었습니다. 우는 첫째에게, 바지에 쉬한 둘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화를 내고 짜증을 냈습니다.


적응한 것만 같았던 세 아이의 육아에 다시 무너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실망스러웠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문득 어떤 동생에게 내가 한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이 셋이 나에게 온 이유는 나를 더 놓기 위해서인 것 같다...라고요. 다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놓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엮여 있던 마음이 나를 괴롭혔나봅니다.


나의 몸이 피곤하고 힘든데도 왜 나는 기저귀를 사지 않았을까... 왜 아이에게 사탕하나를 주지 않았을까... 내 삶의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하고 싶은 것, 해야만하는 것이 있으면 나를 돌보지 않고 무리를 하는 나.. 어느새 그 패턴을 다시 시작하고 있군요.



자책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나를 상처주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균형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흔들리는 나를 원망하기 보다, 다시 돌아갈 자리를 찾아봅니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도 생각해봅니다.



뻐근하게 내 손 아귀에 꽉 진 것을 바라봅니다. 정리 안된 집들을 바라봅니다. 정리 안된 내 마음도 바라봅니다. 저녁에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울었습니다. 그래요,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 힘듭니다. 힘든데도 힘들지 않다고 버티고 있는 나를 봅니다. 버티다 버티다 쓰러진 나를 봅니다. 아이 세을 키우는 것은 가을 옷을 입고 북극의 빙하 위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외롭습니다. 지쳤습니다. 나는 보잘것 없는 사람인데, 내가 아이 셋에게 좋은 엄마가 못될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자책하고 있군요. 좋은 엄마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군요...



코바느질을 배웠습니다. 너무 어렵더라고요.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코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의 생일에 이웃에게서 달팽이끈을 선물로 받았는데 첫째가 무척 갖고 싶어했거든요.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지 못한 아이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 미안함을 코바느질로 대신해봅니다. 하지만 손이 아픕니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뻐근합니다.



코바느질을 한코한코 뜨며 내 마음이 지옥이든 빙하이든 북극이든 뭐든, 자책을 하든 상처를 주든.. 내버려둡니다. 내 손에 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다 바라봐줘야겠습니다. 내 마음이 한코한코 모여 무엇이 되든, 그것은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저, 지금 한코한코 뜨고 있는 내 마음을 일일이 바라봐주려고 합니다. 손에 힘을 풀어 코바늘도 실도 느슨하게 잡아봅니다.



내일은 두려움과 버거움에서가 아닌 사랑으로 선택하는 날이기 바래봅니다. 힘뺀 손으로 아이들를 사랑으로 안아주는 날이기 바래봅니다. 코바느질이 아닌 따뜻한 말로 사랑을 말해주는 날이기 바래봅니다. 그리고.. 내일 남편이 제발, 꼭! 한국에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은 아이들을 키우며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무엇인가요?

육아에 지친 당신에게 해주고픈 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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