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월요일입니다. 남편은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가 있어 일찍 출근합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주말에 못 다 뿜어낸 에너지를 마음껏 뿜어냅니다. 나는 막내 수유를 하고, 아이 둘 아침을 챙기고, 세탁기를 돌립니다(하루에 세 번 빨래를 해야 하므로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나의 중요한 아침 일과이지요).
밥을 챙겨놓고 밥 먹으라고 아이들을 부르지만 아이들은 오지 않습니다. 밥 안 먹으면 치울 거라는 협박에 아이들이 급히 달려옵니다.
첫째가
“나 이거 싫은데, 다른 거 먹고 싶어.”
라고 말합니다. 분주한 월요일 아침, 내가 아이들을 위해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서 셋째를 업고 만든 명랑순두부국입니다. 그 밥이 싫다고 말하는 첫째가 밉습니다. 꼭 엄마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평소같았으면 계란후라이 하나 구워줄까?라는 말을 했겠지만 오늘따라 그 말이 나오지 않고
“이것밖에 없어”
라고 딱딱하게 말합니다. 첫째는 엄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한 입 먹어보고는
“우와 맛있네”
라며 과장된 연기를 합니다. 엄마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미안한 마음이 오늘은 들지 않습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다가 계속 장난만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견디지 못한 나는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라고 말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이들이 내가 만든 밥을 맛있게 먹어주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식탁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달려가 다시 놀기 시작합니다. 식탁 위에 아이들이 먹다 남긴 밥을 보며, 꼭 내 모습 같아 눈물이 납니다. 먹다 남긴 밥을 차마 치우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냥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합니다. 내 안에서 뜨뜻한 것이 올라오지만 모른 채하고 억지로 찬물을 끼얹습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이 아닌척하는 기술은 이제 숙련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투닥투닥합니다. 저러다가 또 한명이 울 거라는 걸 직감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째 아이가 마음대로 안 된다고 울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에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줄 여력이 없습니다. 울음소리가 그치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심호흡도 해보고 어깨의 긴장도 풀어봅니다. 그러면서 이 울음이, 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순간, 나의 호흡이 멈췄습니다. 호흡이 멈추자마자 내 안의 뭔가가 올라옵니다. 그것이 어디론가 뿜어나갈 곳을 찾다가, 내 입을 발견했습니다. 내 입에서 고함소리가 나옵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그것은 귤껍질이 담긴 통을 발견했습니다. 그 뭔가가 통을 힘껏 집어 던졌습니다.
“제발 그만 울라고, 제발! 너는 언제까지 그렇게 울거야! 엄마가 울지 말고, 말로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라고 말하며 내가 웁니다. 내 안의 뭔가가 웁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내 귀에 계속 거슬렸던 이유는, 내가 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여기 내버려두고 혼자 떠난 남편이 미워집니다. 나도 나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나도 회사에 가서 회의하고 싶고 회식도 하고 싶습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 셋 뒤치다꺼리 하고, 하루에 세 번 빨래하고 설거지 하는 사람이 아니고 싶습니다. 그나마 나의 존재를 밥으로 표현해봤지만, 그마저도 그 누구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남겨졌습니다. 버려졌습니다.
쉬고 싶습니다. 집에서 쉴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나의 직장은 집이기 때문이지요. 산적해있는 집안일들을 보면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마음편히 쉬고 싶어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이 되면, 아직은 어린 셋째가 깹니다. 밤에 두 세번 깨서 수유하고 나면 다시 아침이 옵니다.
지금 나의 직업은 5년차 엄마. 연차는 오르지만 근무환경은 날로 열악해집니다. 계속되는 야근과 초과근무. 승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고, 잘한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가 오늘따라 너무나 버겁습니다.
셋째를 그냥 눕혀놓고, 내 마음이 뭘 말하고 싶은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말을 걸어봅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슬퍼”
뭐 때문에 슬퍼?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쓸모없는 사람 같아서 너무 슬퍼.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해외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싶어”
뭘 하고 싶은데? 뭘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모르겠어”
지금 너에게 한 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어?
“혼자서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싶어”
무슨 글을 쓰고 싶어?
“그냥 아무거나 내 손이 가는대로 쓰고 싶어”
글을 쓴다는 것은 너에게 무슨 의미야?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오늘은 어떻게든 나로서 살아있고 싶은 날입니다.
신이 여러분에게 무엇이든 가능한 하루를 준다면 무엇을 하고싶으세요? 여러분은 언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