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계획

by Robin

“셋째는 계획하고 가지셨어요?”

“아니요, 둘째도 계획하지 않았어요.”

셋째를 가진 나에게 자주 던져지는 질문과 그에 대한 나의 일관된 답변입니다.

며칠 전 또 친구의 남편에게서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느 때와 같이 대답을 하니, 그럼 넷째도 가질 수도 있겠네요?라는 매우 창의적이고 충격적인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지요.



나는, 둘째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임신한 분들이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그래요, 나는 그때 뭐가 단단히 씌었나봐요.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 술을 마시며 친구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임신하면 마음껏 먹어도 되고 다이어트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라고 말하며 셋째가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술 좋아하는 내가,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미쳤냐고, 애 둘 키우면서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셋째가 갖고 싶냐고 나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셋째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어요. 남편 또한 친구들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나의 셋째부심을 꺾을 수 없을 것 같았던지, 자기도 살고 싶었던지 5년 후에 셋째를 가지자는 말을 하며 나를 회유했습니다(후에 남편이 이야기하길 5년 후에 셋째 가지자는 말의 의미는 ‘정신차려라 셋째는 절대 없다’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설마설마하다 셋째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임신을 하자, 막연하게 남 일처럼 셋째를 생각하다 현실이 되니 극도의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나의 경력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의 30대는 아기 낳고 키운다고 다 사라지는 거야?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떠오르며 셋째를 갖고자 했던 내가 너무 미웠습니다. 돌로 내 머리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또 임신 초기에 입덧이 너무 심해 먹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과일을 먹으면 너무 달아서 미식거리고, 밥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이 올라오고 물도 비린 맛이 나 마실 수 없었습니다. 두려움과 심한 입덧이 합쳐져 매일매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낙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셋째를 낳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셋째를 갖고 싶어했는지 나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 둘 키우면서 정말 힘들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거든요. 아이 둘 키우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친 극한의 상황에서 벗어나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제 조금 살만해졌는데, 이제 조금 숨 한 모금 쉬었는데, 이제 단유해서 마음껏 맥주도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 셋째가 갖고 싶다니요!



몸 마음이 지친 상황에서 셋째를 임신을 했으니 눈썹은 다 빠지고(엄마가 한 날은 인상이 왜 이렇게 바뀌었냐고 한참을 내 얼굴을 보더니, 눈썹이 없어졌다고 알려줘서야 내 눈썹이 다 빠진 줄 알았습니다.) 눈은 푹 들어가서 나이가 10살은 더 들어보이고, 누우면 허리가 아프고, 앉으면 배가 골반을 누르고, 서있거나 걸으면 다리에 쥐가 나고, 잠을 자면 매번 악몽을 꿔서 잠을 잔 것 같지도 않고 더 피곤하기만 했어요. 지금까지 나의 삶에서 Top 3 안에 꼽히는 위기의 시기었습니다. 매 순간이 너무 괴로워서 이렇게 그냥 죽고 싶다고, 죽는 것이 제일 편할 거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왜 나는, 그때 왜! 임신부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 도저히 부러워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나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그 질문에 답을 합니다. “달덩이를 만나려고 그랬나봐. 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려고 그랬나봐.” 고개를 끄덕입니다. 너무나 이해되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정답입니다. 그래요, 나는 이런 예쁜 딸을 만나려고,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셋째가 갖고 싶었나봅니다. 우리 딸이 그렇게 만나고 싶었나봅니다.



아이 셋 키우는 것이 어떻냐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아이 셋 키우는 거 어때요? 많이 힘들죠?”

“아뇨, 생각보다 괜찮아요.”

정말 그래요, 정말 생각보다 괜찮아요. (아... 이 글은 출산장려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셋째 임신했을 때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아이 셋 육아를 안 힘들게 할 수 없으니, 조삼모사? 정신착란? 으로 상대적으로 덜 힘들게 느끼도록, 그 누군가의 빅픽쳐로 나는 임신 중에 벼랑 끝으로 훅~ 밀쳐졌나봅니다.



셋째 임신 때가 지하 6층쯤의 삶이었다면, 세 아이의 육아를 하는 지금은 지상 1층 즈음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곰팡이가 생기면 말릴 수 있는 햇빛이 있어서 좋습니다. 밤뿐만 아니라 낮도 있는 삶이어서 감사합니다. 셋째 딸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넷째도 계획없이 가질 수 있겠네요?라는 질문에 동공이 커지고 고개를 격하게 흔듭니다. 더이상 임신부가 부럽지 않음에 정말로 감사합니다. 더 이상 그 분의 자식 빅픽쳐가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상하지 못한 길이 여러분의 삶에 펼쳐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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