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잘 쓰고 싶고, 책도 출간하고 싶습니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잘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의 부족한 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데, 아이 셋을 키우느라 집안일을 챙기느라 그 도전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복직해서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다른 코치들은 계속계속 경력을 쌓고 있고 나만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시간에 다들 정답을 아는 듯 문제를 술술 풀고 있는데 나만 풀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이 중이염에 걸렸습니다. 한 달가량 약을 먹어도 쉬이 낫지 않습니다. 4개월도 안된 막내까지 중이염에 걸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유명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며 처방받은 약들을 아무리 먹여도 낫지 않습니다. 불현 듯 한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보고 있는 엄마 입에서 나오는 말은 “너희들이 아파서 너무 걱정이야. 속상해. 왜 이렇게 안낫지” 한달동안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을 겁니다. 나의 이런 부정적인 말 때문에 중이염이 안 낫는건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와 “아파서 너무 걱정이야. 속상해”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가 10년 뒤에 얼마나 차이가 날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 아이들에게 “고마워, 사랑해”를 틈만 나면 이야기합니다. 두 아이가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면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표현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멋진 아이들이 엄마 아들딸로 태어나줘서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반찬이 맛없다고 안먹겠다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뛰어난 미각뿐만 아니라 단호한 의지까지 갖췄구나. 너는 커서 백종원이 되겠어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말하는 나를 보며 기가 안차 내가 웃습니다. 내가 웃으니 아이들도 웃습니다. 계속 말하다보면 진심이 됩니다. 아이들이 더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아이들이 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콧물도 좀 줄어든 것 같고요. 엄마인 내가 아픈 아이들에게 때맞춰 약을 잘 먹이는 일보다 사랑을 말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매일매일 엄마의 사랑과 고마움을 듣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내 생각만큼, 내 기대만큼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기억이 남을 겁니다. ‘그래,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나에게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해줬지... 10년동안이나 말야. 그래 나를 무조건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이들에게 사랑해, 고마워를 말하며 그 말을 내 가슴에 담아봅니다. 동시에 나에게도 말하는 거지요. 설거지 하기가 힘들 때 고마워 사랑해.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고마워 사랑해.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고마워 사랑해. 뒤쳐진 것같아 불안할 때도 고마워 사랑해. 신기하게도 고마워 사랑해라는 나의 말이 나에게 힘이 됩니다. 지금 당장 해내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고마움과 사랑의 힘으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하루하루가 쌓인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이뤄놓은 것이 보잘 것 없어 보여도,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라는 시간을 똑같이 선물 받습니다. 그 시간을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어두고 어디에다 흘려버렸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놓고 싶은 자리에 고이고이 예쁘게예쁘게 쌓아두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과 고마움을 아이들과 내가 하고픈 일에 매일매일 쌓아두고 싶습니다. 마흔 일곱살의 내가 쌓아둔 시간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봅니다.
여러분은 10년이라는 시간을 어디에 쓰고 싶나요?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