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by Robin

오늘, 12월 25일 아침의 일입니다. 아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방문이 살짝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랄한 발걸음 들립니다. 내 손을 잡는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차갑고 거칠지만 가벼운 무엇이 올려집니다. 새콤하고 달콤한 향이 나의 잠을 깨웁니다.

"엄마 귤"

소근거리는 목소리. 눈을 떠보니 둘째 딸아이가 내 손에 껍질을 깐 귤 하나를 올려두었습니다. 딸 아이를 쳐다보니 엄마에게 몸을 숙이고 반달눈을 하고 활짝 웃고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옵니다. 나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가 있었네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내일 산타에게서 받을 선물을 잔뜩 기대했습니다. 집에 있는 가장 큰 양말(큰 선물을 받고 싶어 집에 있는 모든 양말을 꺼내 비교분석했지요)을 머리 위에 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양말을 찾았습니다. 양말 위에 작은 선물과 카드가 있었습니다. 반가워서 얼른 선물을 뜯어보았습니다. 선물은 내 마음에 들지않았고, 카드에는 착하게 커라는 부담스러운 내용이 쓰여있었고, 그 카드의 마지막은 '엄마아빠가'라는 충격적인 글자가 박혀있었습니다. '아! 소문대로 산타할아버지는 없구나.'를 깨닫게 된 충격적인 8살의 크리스마스였지요. 그럼에도 그 후로 몇년동안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캐롤 소리에 괜시리 마음이 설레고 좋았습니다. 혹시나 모를 산타가 오지 않을까? 혹시나 모를 즐거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며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크리스마스가 되면, 여느 날처럼 엄마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특별한 일도 없는 크리스마스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쓸쓸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편과 나는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며 각자 어린 시절에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냈는지, 어떻게 보내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어릴적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난 특별한 선물을 바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크리스마스 당일 엄마아빠랑 맛있는 거 먹고 서로 축하하길 바랬던 것 같아."

아이들이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행복해할까? 선물을 받는다고 행복할까?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할까? 엄마아빠에게 사랑받는 날,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날이라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고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깐 귤을 딸에게서 선물 받았습니다.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고, 편의점만 보면 들어가고 싶다고 우는 우리 딸.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자신의 7년 경력동안 이렇게 많이 먹는 처음봤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먹는 것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우리 딸. 귤은 좋지만 껍질 까는 것이 싫어 엄마에게 까달라고 애교부리는 우리 딸. 그런 딸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귤을, 작고 뭉퉁한 손가락으로 껍질을 하나하나 까서 엄마에게 들고 왔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게 크리스마스구나. 우리 딸이 엄마의 크리스마스를 잘 아는구나.


엄마보다 더 사랑 많은 우리 딸이 고맙고 예뻐서 안아주고 뽀뽀를 하며

"엄마 진짜 감동받았어. 선물 줘서 고마워. 달님이가 엄마의 산타할아버지네."

라고 말했더니,

"나 수염없는데, 할아버지 아닌데."

라고 말하며 활짝 웃습니다.

딸 아이의 말을 들으니, 크리스마스에 꼭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안받으면 어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만큼 더 큰 선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 우리 아들 딸은 나의 견해와 매우 다를수도 있습니다) 딸 아이를 꼭 안으며, 손에 있는 작고 차가운 귤을 느낍니다. 우리 딸의 사랑을 느낍니다.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첫째 아들은 그렇게 받고 싶어했던 헬리콥터를 선물로 받고는 무척 신이 났고, 둘째 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코쿠키를 먹고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남편은 처가에서 소고기를 마음껏 먹고 흡족해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첫째 아들은 "엄마, 오늘 크리스마스 정말 최고였어."라고 말을 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둘째 딸은 카시트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셋째 딸은 아기침대에 눕히니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이 셋이 다 잠들자 남편은 "미션 클리어"를 조용히 외칩니다.


함께지만 다른, 다르지만 함께인 2018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갑니다. 다른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우리가 가족이어서 참 좋습니다.



여러분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내년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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