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를 등에 업고 첫째, 둘째를 양손에 잡고 길을 가다 보면 많은 분들이 저를 쳐다보십니다. 그리고 어느 모임에 가나 저는 주목을 받습니다. 아이 셋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많은 분들이 말을 해주십니다. 응원의 말, 걱정의 말, 위로의 말... 여러 말들을 해주시는데 어떤 경우에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들은 말 중에 "아이 셋! 대단하다! 어떻게 키워? 나는 절대 못 키워"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으면서도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이 말이 저에게는 불편함을 줍니다.
코칭의 스킬 중에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의 사전적인 정의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입니다. 네 살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잘 그려지지 않아 으앙~하고 울며 짜증을 낼 때, 우리는 보통 뭐라고 이야기해주나요? "아냐 아냐, 그림 잘 그렸네. 엄마가 봤을 땐 그림 멋진데!"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공감일까요? 이것은 공감이 아니라 위로 혹은 조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받길 바랍니다. 아이 또한 마찬가지고요. 공감이 필요할 때 위로나 조언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시어머님과 사이가 나빠 속상해서 남편에게 시댁과의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남편이 "우리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고.... 주절주절... 당신이 이렇게 하면 우리 엄마 기분이 좋아질 거고 주절주절...."이란 말을 한다면 여러분은 기분이 어떨까요? 명치를 힘껏 때려주고 싶어질 겁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나에게 여러 말을 걸어오는 분들의 관심은 감사하지만 그들의 관심이 공감이 아닌 조언이나 위로이기 때문에 불편합니다. 종종 저는 동정을 받기도 합니다. 딱한 눈빛으로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행인,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거부감이 듭니다. 공감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동정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이 분명히 객관적으로 힘들기는 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수직적인 동정의 감정 안에서 나의 모습을 주관적인 판단 하시고, 자신의 처지를 만족 혹은 안도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우는 아이에게 처음에는 "니 그림도 멋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울부짖으며 "아냐 아냐!" 하며 더 짜증 냈지요. 이제는 그런 아이에게 "잘 그리고 싶었는데 잘 안돼서 속상하구나?"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품으로 안깁니다. 낮게 흐느끼며 울다 다시 그림을 그리더군요.
우리는 우리 아이에게 혹은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라고 생각하며 위로, 조언, 동정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위로, 조언, 동정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공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코치의 삶을 살고 있는 저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공감하는 대신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조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우리의 견해나 느낌을 너무나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위로나 조언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해결책을 말해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공감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우리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을 온전히 느끼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공감하는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합니다. 오늘 아이가 잠투정을 많이 해서 화를 냈나요? 화를 낸 자신을 미워하고 아이게에 화낸 일을 후회하고 있나요?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자리가 힘들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줍시다. 엄마로서 사는 나에게 공감과 감사를 선물해줍시다.
"고생 많지. 아기 키운다고... 얼마나 힘들면 화까지 냈어. 너도 쉬고 싶을 텐데. 정말 고생 많다. 아기 잘 키우고 싶어서 항상 애썼는데 참다 참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 너무 속상하지...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되지... 그런 네가 화를 낼 정도면 너는 정말 많이 지쳐구나... 슬프겠다. 힘들겠다... 고생 많다. 엄마라는 자리가 너무 힘들지. 버겁지. 그래도 네 덕분에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다. 네 덕분에 이만큼 자랐다. 고맙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