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방학.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버스를 타러 갔다. 오늘 나의 계획은 영화 한 편 보는 것.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지갑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그냥 스타벅스에서 쿠폰 사용이나 할까?
오늘은 나의 날이니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나에게 주는 상. 마을버스비 천 원이면 가는 곳을 사천 원을 내고 택시 타고 가다니... 평소에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그러나 이 4천 원이 왠지 나를 귀하게 여기는 상징 같았다. 넌 그럴 자격이 되지...라고 말해주는.
카카오페이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영화표도 예매했다.(감사한 카카오페이) 내가 본 영화는 EXIT.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조정석과 윤아의 마음이 아니라 조정석 부모님의 감정에 이입이 되었다.
조정석이 건물 벽을 타려고 할 때,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마."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 있는 자식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뛰어드려고 한다. 나는 이 두 장면에서 거의 오열을 했다. (세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세 번 겪은 임산부 감성은 떨어진 나뭇잎에도 눈물 흘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이 셋 엄마 감성 또한 자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언제든 대성통곡할 수 있는 대단한 감성이다.)
나라도 그리했을 거야. 내 아이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려고 할 때...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정확한 부모의 마음이다. 나를 구해주지 않아도 돼. 너는 다치면 안 돼... 또한 내가 아이를 구해주지 못한다는 걸 알아도 내 아이에게 한 발작이라도 가까이할 수 있다면 뭐든 할 것이다. 그것이 돈이든 나의 목숨이든 뭐든...
최근 나는 마음에 체증이 올라왔다. 네 살인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한 아이에게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서로 다투는 것이 아닌, 아무 이유도 모른 체 일방적으로 다섯 살 아이에게 맞았다. 어느 순간 둘째의 슬픔 가득한 눈빛과 좀 잡을 수 없는 감정고저에 이상함을 느꼈더니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상황을 알게 되고 불면증이 생기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교사들도 다섯 살 아이와 그 부모도 미웠다. 너무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나의 원망과 미움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싫었다. 엄마의 무거운 마음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짐으로 주기는 죽도록 싫었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수도 없이 한 질문이다. 내가 내린 나만의 답은... 우리 아이를 피해자로 만들지 말자. 이 상황을 끝으로 만들지 말고 과정으로 만들자... 였다. 과거를 곱씹어 슬픔에 잠긴 엄마의 모습이 아닌, 오늘과 내일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슬픔이 아이에게 더 큰 슬픔을 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말이, 원망과 미움의 말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면 그 말이 다시 나와 우리 딸에게 더 큰 원망과 미움으로 오는 것도 막고 싶었다. 더 이상 그들과 관련된 고통의 상황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 싶었다. 간절하게. 나는 슬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아이와의 일상에 집중하려 했다.
나는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이나 감정적 위로 같은 것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 딸에게 "피해자"라고 덧씌우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그 아이의 부모들이 큰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랬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돌아가지 않았다. 그 부모는 우리 딸의 상처는 존중하지 않았고 원에 등원하지 못한 자신의 자녀의 상처에 집중했고 부당함을 표했다. 나는 화가 났다. 내가 고소라도 했으면 우리 딸을 존중했을까, 내가 머리채라도 잡았으면 겉으로라도 미안하다고 말했을까... 온갖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우리 딸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한 것만 같아 미칠 것 같았다. 이래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구나, 얼굴에 점찍고 복수하러 나타나는구나.... 막장드라마의 모든 상황이 나는 이해가 되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우리 아이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갈까 봐 그 부모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뛰쳐나가려 할 때가 있다.
" 당신들의 아이가 그렇게 맞아도 지금처럼 똑같이 행동하시겠어요?"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없어요. 당신의 자녀처럼 나의 자녀도 소중한 존재예요. 이 아이의 아픔을 존중해주세요."
이 뿐 아니라 상처주기 위한 잔인한 말과 과격한 욕 튀어나오려고도 한다. 오늘 EXIT를 보며... 나의 이 감정의 출구를 찾아주고 싶어 졌다. 나와 내 아이를 위해 원망과 미움에 반응하기보다, 사랑으로 내 감정을 선택하고 싶어 졌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싱그럽고 따뜻한 봄빛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의 기쁨에 집중하는 관점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