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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방향치, 길치인 나에게 미로는 무리야

2월 23일 주제 - 미로

by 생각샘

아침에 눈뜨면 카톡에 올라온 글쓰기 주제를 확인하는 습관이 점점 더 확실하게 굳어지고 있다. 눈뜨자마자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보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어떤 책으로 연결해서 쓸지 대충 갈무리를 해놓고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오늘은 정말 간만에 오전 일정이 없는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이었기에 빨리 글쓰기 미션을 완료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성당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주제를 읽는 순간, 뇌가 정지되었다. 미로. 정말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상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


메이즈러너? 괴물들에 쫓겨 미로 속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그 아이들처럼 이런저런 단어들이 내 머릿속의 미로 안을 뛰어다녔지만 압박감이라는 괴물에만 쫓길 뿐 문장이 되어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로를 만든 다이달로스의 이야기를 해볼까? 그의 질투심으로 시작된 사건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질투에 대한 책을 소개해볼까?


결국 나의 사고(思考)는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하루를 넘길 듯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긴 글렀다. 대신 미로를 잘 빠져나가는 아이들을 소개해줘야겠다. 토마스와 엠마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오오바 켄야의 <토마스와 엠마의 미로나라>로 도망가야겠다. 어차피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면 음침하고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미로가 아닌 신비롭고 설레고 재미있는 미로에서 행복하게 헤맬 테다. 오늘 밤에는 미로 속에서 신나는 모험을 하는 꿈을 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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